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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길거리 협객2. 장오‪복‬ 조선연예인 비사(祕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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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TV나 뉴스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거나 모두 외면하는 일에 나서는 영웅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저런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세상이 살만하다고 흐뭇하게 생각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던 조선시대에도 이런 영웅들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았다. 장오복 역시 앞서 소개한 김오흥 같이 길거리 협객이었다. 김오흥이 배를 모는 강대사람이었다면 그는 한양의 관청에서 일하는 경아전이었다. 나름 공무원이긴 하지만 항상 양반인 상관에게 무시와 구박을 당하는 계층인데 그것 때문에 협객을 자처했는지도 모르겠다. 경아전에 나름 힘깨나 썼다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힘센 권력가의 비서실장격인 청지기 노릇을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길을 가다가 싸움판이 벌어지면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구경했다. 그러다가 강한 쪽이 힘을 믿고 약한 쪽을 윽박지르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우기면 중간에 끼어들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유리한쪽이 눈을 부라리기 마련이지만 장오복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목조목 이치를 따져가면서 결국 사과를 받아내도록 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서 길어지면 주변 사람들이 장오복이 온다고 소리쳐서 뜯어말렸다고 한다. 당시 그의 존재감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 힘이 없어서 이리저리 시달리던 백성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큰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그는 한양에 살면서 이런 저런 일화들을 남겨 놨다. 하루는 그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광통교를 지나가는데 때마침 건너편에서 건너오는 보교(步轎)와 마주쳤다.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보는 가마인데 여주인공이나 그녀의 어머니가 타고 다니는 뚜껑이 달리고 사방이 막혀있는 형태다. 가마에는 가마꾼 뿐 만 아니라 시종하는 인원들이 제법 많았다. 좁은 다리 위라서 장오복은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깨를 마주치고 말았다. 그러자 가마꾼이 그를 밀쳐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겠지만 장오복은 발끈 성을 내고는 차고 다니던 칼을 뽑아들고는 소리쳤다.
“천한 가마꾼 놈들이 이리 기세를 떠는걸 보면 분명 가마 안에 탄 계집 때문이렸다.”
그리고는 칼을 휘둘러서 가마의 밑바닥을 찔렀다. 보교의 밑바닥은 보통 소가죽을 깔아놨기 때문에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고 아마도 위협을 가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보교 안에 있던 요강에 맞아서 큰 소리가 나고 말았다. 보통 여인들이 타는 보교 안에는 급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종이를 깐 작은 요강을 넣었는데 여기에 맞은 모양이다. 요강에 맞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가마의 주인공이 문제였다. 그녀는 검계를 토벌한 장붕익의 손자인 장지항의 애첩이었다. 할아버지인 장붕익처럼 무관이었던 그는 경상우도수군절도사를 비롯해서 어영대장등을 지낸 고관이었다. 협객이라고 자처하고 백성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는 하지만 일개 아전에 불과한 그가 건드릴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아니나 따를까 보고를 받은 장지항은 당장 그를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앞으로 끌려온 장오복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대신 배포 좋게 대꾸했다.
“당신이 위에 있어서 나라가 평안하고 제가 거리에 있어서 다툼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사내대장부는 오직 장군과 저 밖에는 없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천

우리는 종종 TV나 뉴스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거나 모두 외면하는 일에 나서는 영웅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저런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세상이 살만하다고 흐뭇하게 생각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던 조선시대에도 이런 영웅들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았다. 장오복 역시 앞서 소개한 김오흥 같이 길거리 협객이었다. 김오흥이 배를 모는 강대사람이었다면 그는 한양의 관청에서 일하는 경아전이었다. 나름 공무원이긴 하지만 항상 양반인 상관에게 무시와 구박을 당하는 계층인데 그것 때문에 협객을 자처했는지도 모르겠다. 경아전에 나름 힘깨나 썼다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힘센 권력가의 비서실장격인 청지기 노릇을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길을 가다가 싸움판이 벌어지면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구경했다. 그러다가 강한 쪽이 힘을 믿고 약한 쪽을 윽박지르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우기면 중간에 끼어들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유리한쪽이 눈을 부라리기 마련이지만 장오복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목조목 이치를 따져가면서 결국 사과를 받아내도록 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서 길어지면 주변 사람들이 장오복이 온다고 소리쳐서 뜯어말렸다고 한다. 당시 그의 존재감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 힘이 없어서 이리저리 시달리던 백성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큰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그는 한양에 살면서 이런 저런 일화들을 남겨 놨다. 하루는 그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광통교를 지나가는데 때마침 건너편에서 건너오는 보교(步轎)와 마주쳤다.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보는 가마인데 여주인공이나 그녀의 어머니가 타고 다니는 뚜껑이 달리고 사방이 막혀있는 형태다. 가마에는 가마꾼 뿐 만 아니라 시종하는 인원들이 제법 많았다. 좁은 다리 위라서 장오복은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깨를 마주치고 말았다. 그러자 가마꾼이 그를 밀쳐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겠지만 장오복은 발끈 성을 내고는 차고 다니던 칼을 뽑아들고는 소리쳤다.
“천한 가마꾼 놈들이 이리 기세를 떠는걸 보면 분명 가마 안에 탄 계집 때문이렸다.”
그리고는 칼을 휘둘러서 가마의 밑바닥을 찔렀다. 보교의 밑바닥은 보통 소가죽을 깔아놨기 때문에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고 아마도 위협을 가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보교 안에 있던 요강에 맞아서 큰 소리가 나고 말았다. 보통 여인들이 타는 보교 안에는 급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종이를 깐 작은 요강을 넣었는데 여기에 맞은 모양이다. 요강에 맞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가마의 주인공이 문제였다. 그녀는 검계를 토벌한 장붕익의 손자인 장지항의 애첩이었다. 할아버지인 장붕익처럼 무관이었던 그는 경상우도수군절도사를 비롯해서 어영대장등을 지낸 고관이었다. 협객이라고 자처하고 백성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는 하지만 일개 아전에 불과한 그가 건드릴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아니나 따를까 보고를 받은 장지항은 당장 그를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앞으로 끌려온 장오복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대신 배포 좋게 대꾸했다.
“당신이 위에 있어서 나라가 평안하고 제가 거리에 있어서 다툼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사내대장부는 오직 장군과 저 밖에는 없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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