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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치앙마이의 소리
듣는여행 Cosmicsound_듣고보니 치앙마耳

Cosmicsound_듣고보니 치앙마耳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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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치앙마이의 소리
듣는여행 Cosmicsound_듣고보니 치앙마耳

    Ep018_원하는 삶의 방식을 한조각 빌려

    Ep018_원하는 삶의 방식을 한조각 빌려

    특별한 마음 없이 익숙한 어느 곳을 대하는 평상의 마음으로 치앙마이를 지내겠다 했지만 일분일초가 아까워 새벽같이 일어나야만 내가 기특해지는 나는 아닌 척, 하지만 여전히 이곳이 신기하고 낯선 여행자.

    엉덩이가 가볍고 잠이 넘치며 단것을 좋아하는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내 어떤 장소를 산책하고 구운 야채를 먹으며 경중이야 어떻건 스스로의 의식으로 하루를 끝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간절하다.

    그건 어렵지 않지만 사실 억대의 연봉쟁이가 되고 48kg의 마른 사람이 되는 것 보다 더 어려운듯하다. 그런 나는 이 낯선 곳에서 한 조각 정도 어려운 사람이 되어 매일 일찍 일어나 조용한 사원을 산책하는 것으로 잠시 원하는 모양의 삶을 지내는 것이다. 속에서부터 원래 그랬던 사람인 양 꼿꼿한 마음가짐을 해보는 내가 나도 같잖지만 잠시나마 이런 마음가짐을 해보는 게 나는 좋다.

    가까이 그리고 자주 있어주어 아무래도 결국 발길이 닿을 수밖에 없는 이곳 사원들이 고맙다. 어느 날에는 바깥을 산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떤 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지긋하신 어른들도 일터의 옷을 입은 어느 젊은이도 제 자리를 잡고 앉아 차분히 손을 모았다. 귀에 흘러들어오는 소리는 이해될 길이 없고, 어떤 모양으로 예를 갖추어야 하는지도 알 길이 없지만 원래 내 생활이었던 양 나도 차분히 손을 모으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었다.

    급하게 사원증과 전화기를 챙기고 통근버스를 쫓는 내 지난 아침에 느긋한 마음으로 사원에 작게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는 아무 이유 없는 일과를 끼워 넣는 상상을 했다.

    아무래도 안될 일이다.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래도 안될 일이라 꿈을 꾸는 듯했다.
    연봉보다 칼퇴보다 건물보다 더 환상적이다.

    가만히 앉아 이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저 내 생활인 듯하다.
    되도 않은 그래도 기분 좋은 착각.

    • 39 sec
    Ep017_너희는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Ep017_너희는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Ep017_20150206_너희는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며칠을 그랬다.
    곧 해가 지겠다 싶은 주황색 시간이 오면 자전거를 끌고 타이항공 건물 앞에서 왼 방향으로 돌아 세븐일레븐에서 한입거리 콘 아이스크림이나 사자 맥주를 사들고 삼왕상 동상이 있는 넓은 광장이 광각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세상이 기분 좋은 저녁 먹색으로 천천히 바뀌는 걸 지켜봤다.

    어느 날은 그랬다.
    주황색 시간에 나가서 한참을 앉아있다 먹색 시간에 돌아온 어느 날에는 내 오른쪽 귀가 복작복작 쿵짝쿵짝 요란했다. 내 오른쪽에는 먹색 시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은 어느 학생들만 강조해주는 형광펜 같은 불빛 아래에서 학생들이 쿵짝쿵짝 복작복작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있었다. (물론 치앙마이에 장구가 있을 리 없다. 아무튼 쿵짝쿵짝.) 너희는 대체 뭘 하길래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니. 고생이 많구나.라는 눈빛으로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 운동장 담벼락 한 면을 천천히 자전거를 끌며 걸었다. 그렇게 며칠을 그랬다.

    기다린 일도 기대한 일도 없이 그 동네만의 이벤트나 잔치를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다는 건 그 어떤 금전적 행운이나 물질적 요행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차원으로 내게 기억된다. 그렇게 만난 오랜 전통의 유명한 치앙마이 꽃축제는 내 세상 속에서 나를 위해 준비된 축제가 되었다. 그 화려한 축제를 딱! 만난 나는 운이 좋은 특별한 여행자야. 역시!라는 대상 없는 우월감에 흐뭇하던 그 순간. 며칠을 내가 지켜봤던 북 치고 장구 치는 아이들이 간결하게 줄을 지어 북을 치고 장구를 치며 지나간다.

    이럴수가! 색다른 차원의 특별한 기분을 부른다. 나는 이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고 있는 이 아이들의 숨겨진 시간들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대상 없는 우월감. 뭐 이런 우월감이라면 누가 부러워하겠냐만, 어디서 부러움을 살 수 있겠냐만 그건 중요치 않다. 내 세상 속에서 내 여행과 내 시간들이 특별해지는 건 절대적이다. '상대가 없는 우월감', '살 수 없는 부러움'은 그렇게 며칠을 쌓이고 쌓여 내 치앙마이 체류의 특별한 한 조각이 되었다.

    • 2 min
    Ep016_복싱입니다. 보러 와요.

    Ep016_복싱입니다. 보러 와요.

    Ep016_20150203_복싱입니다. 보러 와요.

    가만히 앉아 아침을 기다리거나 저녁을 기다리고 있자면 어느샌가 나폴나폴한 청년이 다가와 잽싸게 놓고 가는 그것은 오늘 저녁 누군가의 익사이팅한 밤을 위해 준비되었다는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가득한 흰 종이. 역시 복싱 관련 종사자야. 벌처럼 놓고 가는구나.

    어쩌다 날 향해 다가오는 그를 미리 알아볼 때면
    이봐. 어제도 줬잖아. 어제 어제도 줬잖아. 아까 낮에도 줬잖아.라고 우리 말로 작게 읊조려보기도 했으나 우리 말을 모를 리가 당연한 그는 나비처럼 살포시 웃으며 다가와 또 벌처럼 종이만 싹 놓고 나폴나폴 사라졌다.

    이제 내 얼굴을 알 법도 한데. 하긴 저렇게 나폴나폴 들어와 잽싸게 두고 가려면 수신자의 얼굴을 인지할 시간이 없겠지. 며칠을 그렇게 같은 흰 종이가 내 앞에 놓이고 나니 나는 나폴나폴한 청년 그리고 그 종이 위에 얼굴을 올린 몇몇 선수들이 이제는 친근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친구의 사진을 보는 듯도 했다.

    종이를 받을 때마다 복싱 보러 오라는 차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다른 생각을 했는데, 한번은 어렸을 적 권투 채널을 지키겠다고 나와 다투던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땡깡을 부리던 채널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땡깡을 부리던 채널은 분명 권투였다. 그때 기억으로 난 권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권투거나 복싱이거나 무에타이거나 , 그게 좋거나 싫거나 상관없이
    권투 중계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이 새삼스럽고
    못 보게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할아버지가 새삼스러운 내가 새삼스럽고
    치앙마이에서 복싱 보러 오세요라는 방송을 듣는 게 익숙해진 내가 새삼스럽다.

    • 23 sec
    Ep015_학교종은 땡땡땡

    Ep015_학교종은 땡땡땡

    Ep012_20150203_학교종이 땡땡땡

    여행지를 세상 소풍 나온 마음으로 고삐를 풀어헤친 마음으로 돌아다니는 나는 바깥 세상의 여러 시선으로부터 아이들을 가리느라 높다란 벽을 하고 있는 학교를 만날 때면 마냥 그곳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과 학교를 가리는 벽을 둘 수밖에 없는 세상이 이해되는 마음이 뒤엉켜 서글픈 어른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간 서글픈 마음 풀라는 듯 치앙마이는 학교라 하면 응당 떠오르는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는 가끔 아이들을 보여줌으로 내 마음을 살살 녹여버리는 게, 살살 녹은 나는 가만히 멈춰 학교 안 아이들을 쳐다본다.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니까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득 실어 양껏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는(사실 학교 안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의도하지 않아도 평화로운 마음이 그리고 얼굴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거울을 본 적이 없어 장담할 수 없지만.) 학교 안을 쳐다본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은 게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면 한 아이쯤은 내 눈빛에 응답을 해주는 게 그런 순간에 또 나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게 기다리던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더 활짝 웃어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이다.

    지나가는 낯선 이와 웃으며 인사를 나눈 아득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는 그 아득해질 어린 시절의 기억에 내가 들어가는 게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동화 같은 일인지 살살 녹은 마음에는 구름 같은 포근함만 남는 것이다.

    거기에 학교종이 땡땡땡 소리가 흐른다면.

    정말 연출도 이런 연출이 없지.

    • 37 sec
    Ep014_지글지글 할머니식당

    Ep014_지글지글 할머니식당

    Ep014_20150203_지글지글 할머니식당

    돌려 막는 의생활을 보상하기 위해 그리고 치앙마이를 야무지게 활용하기 위해 식생활과 주생활만은 같은 것 없이 최대한 다양한 변덕을 부리자는 나름의 원칙을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을 다른 접시 다른 이불을 찾아다니며 매끼매밤 새로 만나는 낯선 그림을 즐기던 내가 할머니 식당을 보고 말았다. 나의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닮지 않은 그 할머니는 우리 모두의 할머니를 닮았다. 그렇게 우리 모두의 할머니 앞에서 나는 퍼질러 앉아 원칙과 다른 네 끼 반복식사라는 변형을 행했다.(네 번 외에도 한 번은 할머니가 파장준비를 하고 계셔 돌아온 적도 있다.)

    굽은 허리에 한손으로는 지탱할 무엇을 잡고 말아야 하는 할머니는 그러나 한손만으로도 내 팟씨유를 빠르고 정갈하게 내어주신다.(매 번 시간을 재어봤는데, 4분에서 8분을 넘기지 않았다. 많은 태국요리의 조리시간이 짧긴 하지만 할머니의 요리시간은 유난히 더 짧게 느껴졌다.) 프로그래밍되어있는 그 무엇같이 자동적으로 모든 요리를 해내는 할머니를 보며 나는 할머니가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 내 팟씨유를 만들고 있을까 상상을 하곤 했다. 또 한 번은 내 나라 말로 쓰인 할머니 식당의 이름표를 발견했는데, 한글로 또박또박 할머니 식당. 맛있어요.라는 귀엽고 소박한 간판을 만들어 걸었을 뿌듯한 마음의 그 누군가를 상상해 보았다. 할머니 식당에는 유난히 혼자 밥 먹는 이가 많았다. 대부분이 그랬다. 일하던 이, 나이 든 이, 여행하는 이, 떠도는 이. 조용히 허기진 배를 달래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내가 할머니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인데, 이건 마치 간결한 선 그리고 간단한 색으로 말없이 이런저런 말을 해주는 여행자의 크로키북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저 앉아서 할머니의 접시를 받는 게 편치않았던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던 나는 자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엉거주춤했는데 그때마다 할머니는 허공에 손을 뻗어 저으며 나를 앉게 했다. 마, 니 할 거 없다. 고마 조용히 앉아있어라.라고 분명히 할머니의 눈이 그랬다. 할머니 클리셰로 적당할 철철 넘치는 정이 아니라 진짜 우리할매가 날 취급하는 것 같은 적당한 정겨움의 수치도 마음에 든다.

    ​할머니의 공간에서 나던 지글지글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자니 사방이 그곳이다.

    • 4 min
    Ep013_역시 자유로움의 완성은 음악이지

    Ep013_역시 자유로움의 완성은 음악이지

    http://blog.naver.com/cosmicfield/220364639714

    Ep013_20150131_역시 자유로움의 완성은 음악이지

    1월 시린 한국의 공기를 품고 태국 햇빛을 받으러 나는 갔다

    Ep.013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방법으로 한국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내가 그저 상상 혹은 그림으로만 모셔왔던 모습의 방갈로가 여기 있다. 씻고 누울 공간과 필요에 넘치지 않는 물건들만 덮어주겠다는 초가지붕과 혼자 조용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라는 작은 마당에 놓인 테이블. 게다가 사실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사는 어린아이의 로망-해먹이 있어주었다. 바람과 햇빛은 적당한 위치와 수치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으니 나는 잠들지 않아도 꿈속을 지낸다. 이건 지구와 환경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자 용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공기만 마셔도 배가 부르다.

    자 여기서 문득 들려오는 소리.

    당장 해먹에서 내려와 소리를 물어물어 따라가면 내 방갈로 군락 맞은편 군락에서 들려오는
    음정박자에 조화를 찾을 수 없는 그저 연주자의 마음과 마음만 들어있는 무질서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 소리.
    멜로디언이라니.

    배낭에 멜로디언을 달아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어떤 여행객을 상상해본다. 키읔이 여러 개, 히읗이 또 한번 여러 개.
    썬 베드에 누워 세월을 결이 없는 음계 속에 흘려보내고 있는 소리의 지배자를 멀리서 훔쳐봤다. 그것도 한참을.
    와 나도 멜로디언.

    이곳엔 목적과 이유가 하등 필요 없다는 중요한 이야기를 오만 파동으로 노래하는 누군가의 그때 시간과 공기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 희미해질 순간이 있다는 생각에 슬펐는데 역시 오고야 말았다. 일초가 지날수록 가물가물함이 짙어지겠지. 피부나 코에는 이미 가물가물한 그 기억이 못내 아쉽다.

    귀로는 평생 잊지 않으려고.


    다음 여행엔 멜로디언 메고 가야지.

    • 48 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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