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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E27] 최강의 『아픈 마음들의 시대』 prologue - 마음의 회복력, 주요 우울 장애 「우리들의 우울증에 대하여‪」‬ 과학책 읽어주는 남자 [과읽남]

    • Natural Sciences

불안과 고통을 치료하는 정신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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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을 비추는 최신 뇌 과학과

정신과 전문의의 단단한 시선

최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뇌 과학은 정신의학에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 정신질환의 물리적 실체가 뇌 영상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20여 년째 매일같이 환자를 만나온 정신과 전문의, 저자 최강은 책에서 17가지 정신의학의 최신 추세와 익숙하고도 낯선 정신질환의 실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의사로서 겪었던 저자의 내밀한 경험담과 유명인의 사례, 최신 뇌 과학 연구를 망라한 이야기가 정신의학의 렌즈로 흥미롭게 포착된다. 힐링과 위로를 넘어 ‘정신을 치료한다’는 정신의학의 실질적 힘을 믿는 저자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타파하고자 늘 고심한다. 동시에 면담과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사회, 그 사회적 관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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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을 똑바로 직시한다는 것”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아픔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공원에서 환자를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이 여성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지나가 버린다. 얼마 뒤 병원에서 다시 만난 그 환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어색하게 답례를 하는 순간, 환자는 먼젓번 공원에서는 함께 있던 지인에게 자신의 정신과 내원 경험을 들킬까 봐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에필로그 236쪽)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며 몸소 정신질환을 앓았던 이들의 회고록이나,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들의 책과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임상 현장’의 시점에서 보면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공고하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도 강해 진료가 필요한 상당수의 환자들이 여전히 내원을 꺼리고 있다. 이 편견을 부수고자 늘 고심하는 저자는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끈기 있게 지켜보며 진료실 안팎의 다채로운 정신의학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정신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흥미로운 최신 뇌 과학도 빠뜨리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의 ‘산후 정신증’, 전형적인 피해망상 증상이었던 《한중록》 속 사도세자의 ‘양극성 장애’, 뇌가 타인과 자신을 구분 못해 맞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기절해버리는 이의 ‘거울-촉각 공감각’,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기시감, 데자뷰가 너무 심해, 무얼 봐도 이미 본 듯한 기분이 들어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지 못하는 이의 ‘뇌전증’, 집에 갖은 쓰레기더미 물건을 모으고 집착하는 증상인 ‘수집광’, 어느 날 갑자기 일루수에 공을 던지지 못하게 된 야구선수의 ‘입스’, 사람과의 대화가 무서워 식사 자리에서도 화장실에 머무는 슈퍼스타의 ‘사회 불안 장애’, 출산 직후 아이가 힘들어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던 브룩 쉴즈의 ‘산후 우울증’, 창조성으로 미화되곤 하는 작가들의 ‘기분 장애’까지…. ‘아픈 마음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이 세상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은 감상에 젖지 않은 채 균형감 있는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 그리고 일상을 영위하기 불가능한 ‘증상의 심각성’을 기준으로 진단 근거가 되는 상황, 그리고 직접 처방하는

불안과 고통을 치료하는 정신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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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을 비추는 최신 뇌 과학과

정신과 전문의의 단단한 시선

최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뇌 과학은 정신의학에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 정신질환의 물리적 실체가 뇌 영상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20여 년째 매일같이 환자를 만나온 정신과 전문의, 저자 최강은 책에서 17가지 정신의학의 최신 추세와 익숙하고도 낯선 정신질환의 실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의사로서 겪었던 저자의 내밀한 경험담과 유명인의 사례, 최신 뇌 과학 연구를 망라한 이야기가 정신의학의 렌즈로 흥미롭게 포착된다. 힐링과 위로를 넘어 ‘정신을 치료한다’는 정신의학의 실질적 힘을 믿는 저자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타파하고자 늘 고심한다. 동시에 면담과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사회, 그 사회적 관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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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을 똑바로 직시한다는 것”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아픔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공원에서 환자를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이 여성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지나가 버린다. 얼마 뒤 병원에서 다시 만난 그 환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어색하게 답례를 하는 순간, 환자는 먼젓번 공원에서는 함께 있던 지인에게 자신의 정신과 내원 경험을 들킬까 봐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에필로그 236쪽)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며 몸소 정신질환을 앓았던 이들의 회고록이나,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들의 책과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임상 현장’의 시점에서 보면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공고하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도 강해 진료가 필요한 상당수의 환자들이 여전히 내원을 꺼리고 있다. 이 편견을 부수고자 늘 고심하는 저자는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끈기 있게 지켜보며 진료실 안팎의 다채로운 정신의학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정신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흥미로운 최신 뇌 과학도 빠뜨리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의 ‘산후 정신증’, 전형적인 피해망상 증상이었던 《한중록》 속 사도세자의 ‘양극성 장애’, 뇌가 타인과 자신을 구분 못해 맞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기절해버리는 이의 ‘거울-촉각 공감각’,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기시감, 데자뷰가 너무 심해, 무얼 봐도 이미 본 듯한 기분이 들어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지 못하는 이의 ‘뇌전증’, 집에 갖은 쓰레기더미 물건을 모으고 집착하는 증상인 ‘수집광’, 어느 날 갑자기 일루수에 공을 던지지 못하게 된 야구선수의 ‘입스’, 사람과의 대화가 무서워 식사 자리에서도 화장실에 머무는 슈퍼스타의 ‘사회 불안 장애’, 출산 직후 아이가 힘들어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던 브룩 쉴즈의 ‘산후 우울증’, 창조성으로 미화되곤 하는 작가들의 ‘기분 장애’까지…. ‘아픈 마음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이 세상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은 감상에 젖지 않은 채 균형감 있는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 그리고 일상을 영위하기 불가능한 ‘증상의 심각성’을 기준으로 진단 근거가 되는 상황, 그리고 직접 처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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