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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

    • Música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2020/05/21 친밀감의 이해

    2020/05/21 친밀감의 이해

    이제 서로 깔깔거리며 지낼 나이가 지났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주머니의 자갈을 끄집어내어도 자꾸 자갈이 생긴다는 뜻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이다 벽들은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간혹 건물들이 울면 사람들은 이유 없이 어두워진다

    명랑함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던 보조배터리를 극장에서 분실하고 찾으러 가지 않는 것과 같다 그들이 너를 버린 게 아니다

    견고했던 것들도 깨어진다는 것을 차츰 알아간다 사람들 사이에 끈이 있는데 당기거나 당겨진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었다

    허준 시인의

    평생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과도
    순간에 멀어질 수 있다는 알게 됩니다.

    ‘그만 만나자’고 인사 없이도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견고하던 관계가
    작은 실금으로 깨질 수 있음을
    우리는 살아가며 알게 됩니다.

    • 2 min
    2020/05/21 그리운 아버지

    2020/05/21 그리운 아버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아이의 숙제 중에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써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아빠라는 단어는 늘 가슴을 후벼 파는 상처입니다. 철없던 어린시절 저는 아버지에게 늘 섭섭해 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엄마한테는 그리 다정다감하시면서 우리 자식들에겐 그냥 일만 열심히 하는 무뚝뚝한 아빠였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쌓이고 또 쌓여 어느새 아버지에 대한 작은 정조차 느끼지 못하며 그렇게 전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부모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다고들 하던데..저는 살기 바빠..결혼 후에도 아버지를 그리 살뜰히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의 출산을 앞둔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빠가 암 말기시라고..병원에 입원하셨는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면 3개월이라고..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 소식을 들은 지 한 달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빠와 함께 보낼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조차 저에겐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삶은 참 잔인한 것 같습니다. 아니..전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앞으론 평생 보고 싶어서 볼 수 없는 소중한 아버지와의 마지막을 앞에 두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먼저 챙길 수밖에 없는 그때의 내 상황..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결국 부모는 자식이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그 어떤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순위라는 걸.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아이를 먼저 돌보듯이..나의 부모 또한 자식 인 날 그리 돌보셨겠죠. 그래서일까요? 전 지금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흘립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 3 min
    2020/05/20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2020/05/20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방법 하나는
    노래하며 걷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저를 모르시겠어요, 눈물을 훔치며
    손목을 잡는 버드나무가 있을라
    마침 흰구름까지 곁에 와 서서
    뜨거운 낯이 한층 더 붉어진 소나무가 있을라
    풀섶을 헤치며 나오는 꽃뱀이 있을라

    옛사랑은 고개를 넘어오는
    버스의 숨 고르는 소리 하나로도
    금강운수 강원여객을 가려낸다
    봉양역 기적 소리만으로도
    안동행 강릉행을 안다

    이젠 어디서 마주쳐도 모르지
    그런 사람 찾고 싶다면
    노래를 부르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걸을 일이다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윤제림 시인의

    오래전...
    함께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혹시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나와 같이 라디오를 듣고 있지 않을까...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며
    나를 떠올리고 있지는 않을까...
    문득 찾아온 아련한 감정에
    발걸음이 느려지기도 하지요.

    • 2 min
    2020/05/20 내 삶의 길목에서

    2020/05/20 내 삶의 길목에서

    친구가 오래전에 빌린 돈을 송금했다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미안해서 연락도 못하다가 이제 서야 보낸다." 전화번호까지 바꿔서 많이 서운했었는데, 그래도 잊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바로 전화해서 당장 만나자고 했더니 "장사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합니다. "무슨 장사하는데?" "건강식품이랑 화장품 방문판매 하러 다녀" "잘됐네! 딱 필요했었는데 너한테 사야겠다."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이것저것 친구가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다른 친구들 하고도 연락 했어? 다들 너 보고 싶어 했는데" "불쑥 나타나서 물건 판다고 하면 싫어 할 거 같아서.." 오랜만에 오는 친구의 연락이 반갑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옥 매트도 샀고, 무리해서 보험도 가입했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서로 도와주면서 사는데, 자존심 강했던 이 친구는 얼마 되지도 않은 제 돈을 갚지 못해 속이 상했을 테고, 전 저대로 그깟 돈 몇 푼에 친구를 잃은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친구가 돌려준 돈 만큼 건강식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진짜 이거 먹으면 살도 빠지고, 예뻐지는 거 맞지?" "그렇게 금방 효과가 나타나겠어? 꾸준히 운동도 같이 해야지. 좋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난 비싸서 아직 못 먹어 봤어" "야, 너 너무 솔직해서 어디 장사하겠니? 적당히 부풀리기도 해야지!" 현관에 있던 친구의 신발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하이힐만 신던 그 멋쟁이가 뒤축이 납작하게 닳아진 운동화를 신고,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 짠하기도 하고, 잊지 않고 찾아와준 마음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소리까지 내며 잘 웃던 예전의 친구를 다시 만나 참 좋았습니다. 친구에게 선물로 운동화 한 켤레 사줘야 겠습니다.

    • 3 min
    2020/05/19 안개 속에 숨다

    2020/05/19 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 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류시화 시인의

    안개 속에 나를 가둡니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고
    외롭지만 거리는 두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나 스스로를 알아가도 모를 사람으로 만들고는 하죠.

    • 2 min
    2020/05/19 내 삶의 길목에서

    2020/05/19 내 삶의 길목에서

    처음으로 신랑이 한의원에 갔습니다. 그것도 제가 끌고 갔죠. 8개월 전쯤 상체근육운동 좀 하라고 덤벨을 사다놨는데 혼자서 그거 들고 용을 쓰다가 무리를 했는지 어깨가 아프다 하더니 점점 어깨를 움직이기 힘들어하고 결국엔 팔을 뒤로 돌리지도 못하는 상태까지 되어 버린 겁니다. 정형외과 가라~ 한의원에 가라~ 별소릴 다 했지만 "안가 안가 안간다고~~" 하길래 ‘가지 마셔~ 너 아프지 뭐 나아프냐?’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아프긴 무지하게 아팠던 모양입니다. 결국 한의원 같이 가자고 보챕니다. 한의원 가서 상담을 하는데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이 상태로 두면 진짜 팔 못쓴다고.. ‘으이구..병원에 가라 해도 안가더니 일을 크게 만드네.’ 결국 침 맞고..추나치료까지 받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치료 받고 나와 팔을 올려보는데 훨씬 부드럽게 올라갔습니다. ‘응? 치료 한 번도 안 받았던 사람이라 바로 효능이 나타나는 건가?’ 한의원에서 배운 스트레칭을 집에서 몇 차례 하는데 조금 씩 조금 씩 팔이 부드러워진다네요. 얼마나 다행인지요. 신랑은 어깨랑 상체가 약간 휘었습니다. 걸음걸이며 자세가 좀 껄렁댄다고 할까? 그것도 제가 뭐라 했습니다. 나이 먹고 점 점 뼈가 틀어진다고.. 어꺠 스트레칭 하는 자세가 맞나 뒤에서 봐주는데 왼쪽 어깨가 위로 올라가 있고 오른쪽 어깨는 쳐져있고..그러다보니 목뼈랑 머리뼈랑 목 근육이랑 등 근육 모두 다~ 휘어 있습니다. 뒤에서 사진 찍어 보여주며 ‘앞으론 고치려고 노력 좀 하라고요. 자꾸 기대 누워있지만 말고 허리 펴고 앉고 스트레칭도 자주해서 팔이랑 어깨 고치고 이젠 마누라 말도 좀 들어요.’ 그제 서야 ‘그래그래’ 합니다. 마누라가 있으니 좋은 말 쓴 소리도 하는 거지..누가 그런 소릴 해주겠어요. 나이드니 서로 아프지 않게 서로 고쳐주고 잡아주고 봐주며 살아야 하는 상태가 되나 봅니다.

    • 3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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