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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6_복싱입니다. 보러 와요‪.‬ Cosmicsound_듣고보니 치앙마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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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6_20150203_복싱입니다. 보러 와요.

가만히 앉아 아침을 기다리거나 저녁을 기다리고 있자면 어느샌가 나폴나폴한 청년이 다가와 잽싸게 놓고 가는 그것은 오늘 저녁 누군가의 익사이팅한 밤을 위해 준비되었다는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가득한 흰 종이. 역시 복싱 관련 종사자야. 벌처럼 놓고 가는구나.

어쩌다 날 향해 다가오는 그를 미리 알아볼 때면
이봐. 어제도 줬잖아. 어제 어제도 줬잖아. 아까 낮에도 줬잖아.라고 우리 말로 작게 읊조려보기도 했으나 우리 말을 모를 리가 당연한 그는 나비처럼 살포시 웃으며 다가와 또 벌처럼 종이만 싹 놓고 나폴나폴 사라졌다.

이제 내 얼굴을 알 법도 한데. 하긴 저렇게 나폴나폴 들어와 잽싸게 두고 가려면 수신자의 얼굴을 인지할 시간이 없겠지. 며칠을 그렇게 같은 흰 종이가 내 앞에 놓이고 나니 나는 나폴나폴한 청년 그리고 그 종이 위에 얼굴을 올린 몇몇 선수들이 이제는 친근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친구의 사진을 보는 듯도 했다.

종이를 받을 때마다 복싱 보러 오라는 차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다른 생각을 했는데, 한번은 어렸을 적 권투 채널을 지키겠다고 나와 다투던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땡깡을 부리던 채널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땡깡을 부리던 채널은 분명 권투였다. 그때 기억으로 난 권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권투거나 복싱이거나 무에타이거나 , 그게 좋거나 싫거나 상관없이
권투 중계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이 새삼스럽고
못 보게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할아버지가 새삼스러운 내가 새삼스럽고
치앙마이에서 복싱 보러 오세요라는 방송을 듣는 게 익숙해진 내가 새삼스럽다.

Ep016_20150203_복싱입니다. 보러 와요.

가만히 앉아 아침을 기다리거나 저녁을 기다리고 있자면 어느샌가 나폴나폴한 청년이 다가와 잽싸게 놓고 가는 그것은 오늘 저녁 누군가의 익사이팅한 밤을 위해 준비되었다는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가득한 흰 종이. 역시 복싱 관련 종사자야. 벌처럼 놓고 가는구나.

어쩌다 날 향해 다가오는 그를 미리 알아볼 때면
이봐. 어제도 줬잖아. 어제 어제도 줬잖아. 아까 낮에도 줬잖아.라고 우리 말로 작게 읊조려보기도 했으나 우리 말을 모를 리가 당연한 그는 나비처럼 살포시 웃으며 다가와 또 벌처럼 종이만 싹 놓고 나폴나폴 사라졌다.

이제 내 얼굴을 알 법도 한데. 하긴 저렇게 나폴나폴 들어와 잽싸게 두고 가려면 수신자의 얼굴을 인지할 시간이 없겠지. 며칠을 그렇게 같은 흰 종이가 내 앞에 놓이고 나니 나는 나폴나폴한 청년 그리고 그 종이 위에 얼굴을 올린 몇몇 선수들이 이제는 친근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친구의 사진을 보는 듯도 했다.

종이를 받을 때마다 복싱 보러 오라는 차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다른 생각을 했는데, 한번은 어렸을 적 권투 채널을 지키겠다고 나와 다투던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땡깡을 부리던 채널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땡깡을 부리던 채널은 분명 권투였다. 그때 기억으로 난 권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권투거나 복싱이거나 무에타이거나 , 그게 좋거나 싫거나 상관없이
권투 중계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이 새삼스럽고
못 보게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할아버지가 새삼스러운 내가 새삼스럽고
치앙마이에서 복싱 보러 오세요라는 방송을 듣는 게 익숙해진 내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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