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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7_너희는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Cosmicsound_듣고보니 치앙마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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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7_20150206_너희는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며칠을 그랬다.
곧 해가 지겠다 싶은 주황색 시간이 오면 자전거를 끌고 타이항공 건물 앞에서 왼 방향으로 돌아 세븐일레븐에서 한입거리 콘 아이스크림이나 사자 맥주를 사들고 삼왕상 동상이 있는 넓은 광장이 광각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세상이 기분 좋은 저녁 먹색으로 천천히 바뀌는 걸 지켜봤다.

어느 날은 그랬다.
주황색 시간에 나가서 한참을 앉아있다 먹색 시간에 돌아온 어느 날에는 내 오른쪽 귀가 복작복작 쿵짝쿵짝 요란했다. 내 오른쪽에는 먹색 시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은 어느 학생들만 강조해주는 형광펜 같은 불빛 아래에서 학생들이 쿵짝쿵짝 복작복작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있었다. (물론 치앙마이에 장구가 있을 리 없다. 아무튼 쿵짝쿵짝.) 너희는 대체 뭘 하길래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니. 고생이 많구나.라는 눈빛으로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 운동장 담벼락 한 면을 천천히 자전거를 끌며 걸었다. 그렇게 며칠을 그랬다.

기다린 일도 기대한 일도 없이 그 동네만의 이벤트나 잔치를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다는 건 그 어떤 금전적 행운이나 물질적 요행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차원으로 내게 기억된다. 그렇게 만난 오랜 전통의 유명한 치앙마이 꽃축제는 내 세상 속에서 나를 위해 준비된 축제가 되었다. 그 화려한 축제를 딱! 만난 나는 운이 좋은 특별한 여행자야. 역시!라는 대상 없는 우월감에 흐뭇하던 그 순간. 며칠을 내가 지켜봤던 북 치고 장구 치는 아이들이 간결하게 줄을 지어 북을 치고 장구를 치며 지나간다.

이럴수가! 색다른 차원의 특별한 기분을 부른다. 나는 이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고 있는 이 아이들의 숨겨진 시간들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대상 없는 우월감. 뭐 이런 우월감이라면 누가 부러워하겠냐만, 어디서 부러움을 살 수 있겠냐만 그건 중요치 않다. 내 세상 속에서 내 여행과 내 시간들이 특별해지는 건 절대적이다. '상대가 없는 우월감', '살 수 없는 부러움'은 그렇게 며칠을 쌓이고 쌓여 내 치앙마이 체류의 특별한 한 조각이 되었다.

Ep017_20150206_너희는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며칠을 그랬다.
곧 해가 지겠다 싶은 주황색 시간이 오면 자전거를 끌고 타이항공 건물 앞에서 왼 방향으로 돌아 세븐일레븐에서 한입거리 콘 아이스크림이나 사자 맥주를 사들고 삼왕상 동상이 있는 넓은 광장이 광각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세상이 기분 좋은 저녁 먹색으로 천천히 바뀌는 걸 지켜봤다.

어느 날은 그랬다.
주황색 시간에 나가서 한참을 앉아있다 먹색 시간에 돌아온 어느 날에는 내 오른쪽 귀가 복작복작 쿵짝쿵짝 요란했다. 내 오른쪽에는 먹색 시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은 어느 학생들만 강조해주는 형광펜 같은 불빛 아래에서 학생들이 쿵짝쿵짝 복작복작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있었다. (물론 치앙마이에 장구가 있을 리 없다. 아무튼 쿵짝쿵짝.) 너희는 대체 뭘 하길래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니. 고생이 많구나.라는 눈빛으로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 운동장 담벼락 한 면을 천천히 자전거를 끌며 걸었다. 그렇게 며칠을 그랬다.

기다린 일도 기대한 일도 없이 그 동네만의 이벤트나 잔치를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다는 건 그 어떤 금전적 행운이나 물질적 요행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차원으로 내게 기억된다. 그렇게 만난 오랜 전통의 유명한 치앙마이 꽃축제는 내 세상 속에서 나를 위해 준비된 축제가 되었다. 그 화려한 축제를 딱! 만난 나는 운이 좋은 특별한 여행자야. 역시!라는 대상 없는 우월감에 흐뭇하던 그 순간. 며칠을 내가 지켜봤던 북 치고 장구 치는 아이들이 간결하게 줄을 지어 북을 치고 장구를 치며 지나간다.

이럴수가! 색다른 차원의 특별한 기분을 부른다. 나는 이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고 있는 이 아이들의 숨겨진 시간들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대상 없는 우월감. 뭐 이런 우월감이라면 누가 부러워하겠냐만, 어디서 부러움을 살 수 있겠냐만 그건 중요치 않다. 내 세상 속에서 내 여행과 내 시간들이 특별해지는 건 절대적이다. '상대가 없는 우월감', '살 수 없는 부러움'은 그렇게 며칠을 쌓이고 쌓여 내 치앙마이 체류의 특별한 한 조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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