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아버지와 딸 셋, 그리고 사위까지 모두 작가이고, 어머니는 번역가, 손자는 영화 작가라고 하면, 과연 어떤 집안일까요? 방 안 가득한 책들이 삼대째 문학인을 길러낸 집, 바로 타이완 문단의 명문가 ‘문학 주가(文學朱家)’입니다. 문학계에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정작 본인들은 조용히 살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고한 일가족’이라는 별명도 따라붙었습니다. 그들의 신비로운 베일은 지난 2022년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물게 벗겨졌는데요. 타이완 문학가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 시리즈 ‘그들이 섬에서 글을 쓴다(他們在島嶼寫作)’입니다. 문학과 다큐멘터리, 듣기 만해도 박스오피스에서 살아남기 힘든 조합이죠. 하지만 이 시리즈는 지난 10여 년간 무려 18편의 작품, 20명의 작가 이야기를 기록해 왔습니다. 제작사 ‘피스피사 미디어(目宿媒體, Fisfisa Media)’의 투자자, 타이완 IT기업 페가트론(和碩)의 퉁즈셴(童子賢) 회장은 시즌3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는데요. “타이완에 반도체, 메인보드, 컴퓨터만 남는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사회가 되겠는냐”며, “문학은 수학, 물리처럼 우리 정신문화의 중요한 일부”라고 했습니다. 주가의 이야기는 시즌3에 수록된 과 라는 두 작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전자는 아버지 주시닝(朱西甯)과 어머니 류무사(劉慕沙), 후자는 장녀 주톈원(朱天文)과 차녀 주톈신(朱天心)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주가에게는 시즌1부터 출연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시즌3에서야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의 연출을 맡은 주톈원은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리가 봤던 그 시대를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자매들은 아버지의 일기와 편지를 꺼내 밤을 지새우며 읽었다고 합니다. 주톈신은 다큐멘터리에서 “주가는 마치 외로운 늑대 몇 마리가 억지로 한 지붕 아래 사는 것 같다”며, “현실 세계에 집중하기보다는 삶의 조각들로 자신만의 소설 세계을 만드는 데 바쁘다”고 묘사했습니다. 과연 주시닝과 류무사는 어떻게 이런 독특한 문학 집안을 만들어낸 걸까요? 부부 작가 시리즈 두 번째 시간, 오늘은 타이완 문단의 이 레전드 부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사랑을 위해 세상과 등을 진 소년소녀 💌 1955년, 28살의 군인 주시닝과 20살의 여고 졸업생 류무사는 사랑을 위해 세상과 등을 졌습니다. 텅 빈 군인 기숙사에는 침대 하나와 포탄 상자로 만든 책상이 전부였는데요. 풍족한 삶을 포기한 소녀 류무사는 늘 삿갓을 쓰고 부엌에서 요리하며, 앳된 얼굴은 열기로 붉게 물들었지만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외성인과 본성인 간의 대립이 팽팽했던 그 시절, 두 사람의 결합은 오직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결혼하기 6년 전인 1949년, 애국청년 주시닝은 중화민국 장군 순리런(孫立人)의 호소에 응하여 군에 입대하고 타이완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식 장비와 훈련을 표방한 이른바 ‘신식 군대’는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가족도 애인도 없는 낯선 섬에서 그는 오직 문학을 통해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고향 애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테니스 선수를 발견했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지를 보냈고, 결국 다른 사람으로 확인되었지만, 어쩌다 그 선수의 파트너, 바로 류무사와의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나이, 신분, 그리고 본성인과 외성인의 차이를 뛰어넘은 두 사람은 문학과 이상을 이야기하며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류무사는 신주(新竹) 명문가 출신입니다.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외성인을 몹시 싫어했고, 외성인에다 가난한 군인인 주시닝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가족의 축복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류무사는 라켓 하나, 합창단 악보 한 묶음만을 들고 집을 나가, 단 네 번밖에 만나지 않았던 주시닝에게 달려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 주가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주 뜨겁고 청춘다운 로맨스였죠. 부부가 만든 문학 살룽 🥂 출신 배경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외형적으로도 매우 대조적인 커플이었는데요. 마르고 길쭉한 주시닝은 대나무 같았고, 둥근 얼굴에 늘 웃음을 띤 류무사는 동안의 소유자였습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사랑만큼은 둘 다 똑같이 강렬했습니다. 비록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작은 집을 문학 살롱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주시닝은 전쟁과 민족, 그리고 전란 속 작은 인물들에 대한 소설을 많이 썼고, 같은 군 출신 작가인 스마중위안(司馬中原), 돤차이화(段彩華)와 함께 ‘군중 삼총사(軍中三劍客)’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항상 주가에 모여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열띤 토론도 벌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늘 여주인 류무사가 있었는데요. 그녀는 손님들을 위해 아낌없이 요리를 준비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그 따뜻한 식탁과 치열한 대화 속에서 세 딸은 문학을 꿈꾸기 시작했죠. ▲참고자료: [납량특집] 인류의 수요에서 비롯된 타이완 요괴문학! 이어 가족에 대한 열망을 담은 노래, 판메이천(潘美辰)의 ‘집이 있었으면 해(我想有個家)’을 띄워드립니다. 문학 주가. 좌로는 막내딸 주톈이(朱天衣), 류무사, 주시닝, 장녀 주톈원(朱天文), 차녀 주톈신(朱天心) - 사진: Fisfisa Media 문학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방주 ⛵ 그렇다면 류무사는 어떻게 번역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을까요? 초등학교 4학년까지 일본식 교육을 받은 그녀는 학교에 남아 있던 일본어판 명작들과 일본 유학을 다녀온 삼촌들이 건네준 책들을 통해 탄탄한 일본어 실력을 쌓았습니다. 또한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에 매료되어 문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혼과 출산 이후 집중력을 요하는 창작을 잠시 접고, 비교적 틈틈이 작업할 수 있는 번역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통속적인 소설만 번역하다가 점차 실력을 키워, 노벨문학상의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작품까지 번역했습니다. 주톈원은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나란히 책상에 앉아 한 사람은 작업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옆에서 조언을 건네는 모습을 “초등학생처럼 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류무사의 번역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써내려간 또 하나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죠. 이 1999년 발표한 ‘20세기 중국어 소설 100선’에 주시닝의 《철장(鐵漿)》, 주톈원의 《세기말의 화려함(世紀末的華麗)》, 주톈신의 《고도(古都)》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에 소설가 지지(季季)는 류무사를 ‘타이완 문단의 최강 어머니’로 묘사했습니다. 세 딸을 길러내고 가족의 삶을 굳건히 떠받친 사람이 바로 그녀였죠. 류무사는 〈가정의 다양성〉에서 “집은 가쇄일수도, 감옥일수도, 낙원일수도, 인생의 피난처일수도 있다. 집은 개인의 사적 영역이자 파트너들의 방주다”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그녀가 만든 주가는 문학이라는 바다 위에 가장 튼튼한 방주입니다. 삶의 의미 🌟 주시닝이 1998년 폐엄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류무사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갔습니다. 번역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매일 테니스를 치고 합창단 활동을 하며, 오히려 소녀 시절의 열정으로 돌어가 인생 2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주톈신은 천하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류무사가 어느 날 19살 때 주시닝에게서 받은 편지를 다시 읽고 크게 울었다고 전했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서로를 맞춰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어쩌면 네가 내 앞을 달려갈 수도 있고, 내가 뒤에서 달려가 너를 앞지를 수도 있다. 너는 나를 기다리지 않고, 나도 너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인생이죠. 한 사람이 먼저 떠나더라도, 남은 사람은 묵묵히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 2017년 류무사가 별세한 후, 두 사람은 타이베이 양민산의 꽃장 묘역에 합장되었습니다. 막내딸 주톈이(朱天衣)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있는 것은 어머니가 가장 바랐던 일이자 우리 세 자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생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