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주변 커플들을 보면,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은데요. 내성적인 사람이 밝은 사람에게 끌리고, 이성적인 사람이 감성적인 사람에게 눈길이 가고, 또 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경우입니다. 참 신기하죠.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서 신선함과 긴장감을 느끼고, 그 감정은 결국 설렘이 되어, 사랑의 씨앗이 되곤 하죠.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보상심리’로 설명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점을 가진 사람을 통해 나를 보완하는 마음입니다.
타이완 문단에도 이렇게 상반된 부부 한 쌍이 있습니다. 넓은 태평양을 마주한 화롄(花蓮)에서 태어난 작가 팡즈(方梓, 본명 林麗貞 린리전), 그리고 타이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도시 난터우(南投)에서 태어난 시인 샹양(向陽). 산과 바다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타이베이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들 사이의 공통 언어는 ‘문학’이었죠. 그러나 결혼 후에는 두 사람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는데요. 팡즈는 면을 좋아하고, 샹양은 밥을 좋아하고, 팡즈는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고, 샹양은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팡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 성격이 맞거나 보완되어야 부부가 되잖아요? 우리는 100% 보완 쪽이에요. 의식주부터, 교육관, 독서 취향, 글쓰기 스타일까지 거의 모든 게 다 다르거든요. 마치 서로 다른 별에서 온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것처럼요.”
그 차이는 창작 습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출판 전에는 원고를 보여주지도 않고, 출판 후에는 의견을 주고받지도 않습니다. 소설이 가득한 팡즈의 서재는 3층, 시집과 논문으로 채워져 있는 샹양의 서재는 5층에 있는데, 서로 바쁠 때는 같은 집에 있어도 마치 따로 사는 것처럼 자기 일에만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요즘 이 부부에게 또 다른 공통 언어가 생겼습니다. 바로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함께 비디오게임을 즐겼던 두 사람은 70대가 되어도, 같이 포켓몬을 잡는 것을 하루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여깁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타이완의 일간지 연합보에서 한 달 동안 공동 연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문학의 상대성이론>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작가 부부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 오늘은 이 연재를 바탕으로 팡즈와 샹양의 러브스토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산과 바다가 만났다 🌊⛰️
고향은 멀지만, 두 사람 모두 농촌 출신입니다. 고등학교까지 고향을 떠나본 적 없이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서 자라며 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심을 키웠습니다. 그들이 자란 1960년대의 타이완은 아직 남존여비의 관념이 짙게 남아 있던 사회였는데요.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좋은 집안에 시집가기 위해, 집안일을 잘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죠. 하지만 팡즈의 부모는 달랐습니다. 요리 대신 공부를, 빨래 대신 독서를 시켰고, 여저도 남자처럼 출세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팡즈는 6살 때 ‘해외’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고, “어떻게 해야 해외에 갈 수 있어요?”하고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기자가 되면 갈 수 있지”라고 대답했답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을 다잡은 팡즈는 열심히 공부해서 모두가 동경하는 수도 타이베이로 올라가 문화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팡즈는 일본어문학과 4학년 선배 샹양의 시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들어서 직접 시집을 예매했고, 시집을 받은 후에는 책에 적힌 주소로 “잘 받았다”는 짧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주소는 샹양의 집이었습니다. 첫 독자에게서 온 편지를 받은 샹양은 매우 기뻐했고, 어떻게든 답장을 쓸 이유를 찾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다와 산은 만나게 되었습니다. 훗날 팡즈는 샹양의 시보다 시집의 서문에 끌렸다고 고백했는데요. 그 말을 들은 샹양은 “시보다 서문이 더 좋았다니, 시인으로서 얼마나 충격인지 알아요?”하고 농담을 했습니다.
전업주부만은 되지 말자 🤚🏼
팡즈는 어릴 때 스스로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게 출세하지 않아도 괜찮다. 전업주부만은 되지 말자” 하지만 ‘머피의 법칙’처럼 대학 졸업과 동시에 샹양과 결혼하게 되고, 결국 집안일에 몰두한 주부가 되었습니다. 특히 두 딸을 낳고 샹양이 동아리를 만든 뒤로는 더욱 바빠졌습니다. 팡즈는 하루종일 부엌에서 요리하고 손님 대접을 했습니다. “부엌과 서재는 화련과 난터우처럼 같은 나라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고 팡즈는 회상했습니다.
자신만의 일을 펼칠 여유가 없던 팡즈에게 결혼 2년 만에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자립만보> 부간지 편집장을 맡은 샹양은 유명인 100명의 인터뷰 프로젝트를 아내에게 제안한 겁니다. 기자 경험이 전무했던 팡즈에게는 큰 도전이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100편의 인터뷰는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판되어, 팡즈에게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자신감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또 2년이 지난 후, 샹양이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International Writing Program, IWP)에 참여하게 되면서, 부부는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겨울방학을 보냈고, 마침내 공통된 방향 ‘글쓰기’를 찾았습니다.
미국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두 사람이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노래, 홍샤오차오(洪小喬)의 ‘사랑의 여행(愛之旅)’을 함께 들어보시죠.
미국에서 펼쳐진 새로운 시작 🇺🇸
아이와대에 머무는 동안, 두 사람은 30여 개국에서 온 작가들, 그리고 타이완 민주화 이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타이완 문학인들과 교류했습니다. 팡즈는 특히 창작 프로그램의 설립자 고 녜화링(聶華苓) 작가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았고, 자신만의 인생 목표를 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부는 글을 쓰는 한편 미국 곳곳을 여행하며, 시야를 한층 넓혔습니다.
▲참고자료:
‘타이완 문단의 영원한 어머니’ 작가 녜화링(聶華苓) 99세로 별세
두 사람의 여행 스타일은 꽤 다릅니다. 팡즈는 천천히 걷는 여행을 좋아하고, 카메라로 모든 순간을 기록하기보다는, 육안으로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편입니다. 언젠가 잊어버릴 수는 있어도, 한 도시를 떠올릴 때 나무 한 그루의 기억만 남아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샹양은 사진을 시로 생각합니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남기고 싶어하고, 휴가보다는 무작정 떠나는 모험을 즐깁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환상적인 여정을 기록했죠.
1985년 녜화링(앞줄 좌) 부부와 샹양(뒷줄 좌), 팡즈(뒷줄 우) 부부 - 사진: 연합보
글쓰기란... ✍️
글쓰기는 극히 외로운 일입니다. 팡즈와 샹양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마음은 늘 함께합니다. 샹양은 13살 때 중국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대표작 《이소(離騷)》를 읽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어 종이에 한 자 한 자 베껴가며 외웠고, 언젠가 이처럼 심오한 시를 쓰는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편, 팡즈는 31살이 되어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언어와 시선을 가진 작가로 자리잡았습니다. 2000년 출판된 에세이집 《채채권이(采采卷耳)》는 20여 가지 야채를 통해 타이완 여성의 삶을 그려내며, 2012년 출판된 장편소설 《화롄항에 간다(來去花蓮港)》는 다른 민족과 세대의 여성 이주자들의 정체성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냈습니다. 부모의 독특한 교육 방식과 어린 시절의 기억은 팡즈의 창작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는 길은 전혀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향토 작가'로 분류됩니다. 타이완어로 시를 쓰는 샹양은 사회와 역사에 주목하고 작품의 사회성을 강조합니다. 팡즈는 가부장제 속 여성의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둡니다. 팡즈는 “글쓰기를 늦게 시작하면 선택의 자유도는 크지만, 좋은
Informations
- Émission
- FréquenceTous les jours
- Publiée9 juin 2025 à 10:37 UTC
- Saison1
- Épisode192
- ClassificationTous publ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