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사서

여기, 좋은 마음만 담기로해

인테리어, 요리 등 라이프스타일 잡지로 유명한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신입 기자로 시작해 <행복이 가득한 집>, <럭셔리> 잡지의 편집장을 거쳐 디자인하우스 부사장까지 지낸 저자. 오랜 시간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세계를 가까이에서 경험해 온 그녀이기에 ‘그릇’에 매료된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우리 집 그릇 리스트’를 업데이트할 때. 이 책은 그 즐거움에서 출발해, 그릇과 함께하는 일상의 기쁨을 풀어낸다. 저자는 그릇을 ‘음식이 입는 옷’이라고 표현한다. 그릇은 단순한 식기가 아니라 계절, 기분, 추억을 담아내는 매개인 것이다. 봄엔 순백의 그릇에 담긴 파릇한 나물, 여름엔 물기 머금은 유리 접시에 올린 복숭아, 가을엔 토기에 담긴 솥밥과 튀김, 겨울엔 크리스마스 에디션 접시가 제 역할을 다한다. 책 속에서는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그릇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집에서 실제로 쓰이는 백자, 유리, 토기, 질그릇, 그리고 세계 각국의 브랜드 그릇들이 음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또한 각국 대표 그릇 브랜드의 역사와 탄생 비화, 디자인 특징 등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려는 진짜 메시지는 그릇 자체보다 더 깊다. 그것은 바로 “무언가를 애정하는 마음이 주는 힘”이다. 저자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창의적으로 만든다’며 ‘매일의 반복 속에서도 작은 그릇 하나, 간단한 간식 하나가 하루를 특별하게 바꿔준다’고 말한다.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반가울 것이고, 그릇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따뜻하고, 느긋하며,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