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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구, 수사학, 낭만주의에 관해 씁니다. "경건한 심성을 추구하는 폭넓은 독서 연대"를 추구합니다. seoulalien.substack.com

  1. 11/14/2024

    #636 《위대한 책, 잘못된 논증》 해설 (9)

    서울외계인 뉴스레터 636호 《위대한 책, 잘못된 논증》 해설 (9) — 이기주의자로 잘 살 수 있음에도 이타주의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https://seoulalien.substack.com/p/636 제2장 《국가》 (pp.29-33) 요점 * 소크라테스는 트라시마코스의 "올바른 것이란 '더 강한 자의 편익'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338c)라는 주장을 제대로 논박하지 못함 * 이 논의를 더 이어갔다면, 소크라테스의 이상 사회 역시 트라시마코스가 주장한 사회의 한 예라고 말할 수 있었음 *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올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이유가 유형의 보상을 얻기 위함이라면, 올바르게 행동하는 이유는 순전히 도구적인 것, 즉 보상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림 * 그렇다면 진짜로 올바른 사람인 척만 해도 효과적일 수 있음 * 아데이만토스 & 글라우콘의 관심사와 대가 없이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에 대한 현대 사회학자들의 관심사에는 유사성 있음 *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 올바르지 못한 인간은 이기주의자, 올바른 인간은 이타주의자임 * 현실에서는 이기주의자가 승리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이타주의자가 존재함. 그 이유는? This is a public episode. If you would like to discuss this with other subscribers or get access to bonus episodes, visit seoulalien.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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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1/07/2024

    #632 《위대한 책, 잘못된 논증》 해설 (8)

    제2장 《국가》 이데올로기적 순응이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모든 통치자는 자신이 다스리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처지에 만족하기를 바랄 것임 * 그러나 설득 수단을 독점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그러한 상황을 만들려는 시도는 거의 전적으로 실패한 역사 * 물론 피통치자들은 통치자들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에 노골적으로 도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 가능한 대안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음 *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순응이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님 * 기독교 왕의 신민들은 순종과 형제애를 강조하는 교회의 가르침 외에 다른 가르침에 노출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 기독교의 역사는 성직자의 호소, 명령, 협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음 * "올바르게 인도하는" 이슬람 칼리프의 신민들은 꾸란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 이슬람의 역사는 이슬람 사회 내부 그리고 이슬람 사회 간의 폭력적인 종파 갈등으로 가득 차 있음 * 패권적 공산당의 인민들은 어린 시절부터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가르침을 주입받았을지 모르지만, * 공산주의의 역사는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의식과 상징이 한 인간의 기질과 성격을 개조하는 데 얼마나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줌 * 어릴 때부터 아무리 세뇌를 시켜도 독립적인 정신을 가진 비순응주의자가 통치자와 그 보조 선전가, 교수, 성직자가 전수하는 표상, 신념,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이지 못함 정신적 조화 vs. 과도한 욕망 * 시민 개인의 심리 상태와 관련하여, 플라톤은 동기가 충돌할 수 있는 정도를 강조하는 데 있어 근거를 가지고 있음 * 정신(혼, psychē)이 별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그의 구상이 현대의 뇌과학에 의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음 * 뇌과학은 [이성을 이용한] 추론과 감정이 각자 작용할 때 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해줌 * 그러나 그는 정신적 조화(또는 안정된 성격)는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정의로운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확고하고 일관된 성향의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는 선입견과 경험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음(💡플라톤의 인간관.) *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박들 * 통치자와 피통치자 모두 자신에 대해 완전히 편안하고 동기의 갈등에 시달리지 않는 불의한 사람이 있음 *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소망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한 행동 방침 중 어떤 것을 추구할지 결정하기 전후에 마음의 평화를 방해하는 딜레마에 직면하는 올바른 사람들도 있음 * 플라톤에게 불의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에 대한 과도한 욕망인 pleonexia(플레오넥시아)의 정의에 따라 결정됨 * 이성이 지배하는 사람(수호자): 가능한 한 좋음의 형상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pleonexia가 아님 * 정념이 지배하는 사람(보조자): 명예와 승리를 향한 욕망이 pleonexia * 욕구가 지배하는 사람(생산자): 돈과 육체적 쾌락을 향한 욕망이 pleonexia * (💡앞 내용의 'polypragmosynē', 즉 '남의 일에 간섭하려는 충동'과도 연결됨.) * 왜 "명예 지상 정체적"인 사람은 적당한 명예로 만족할 수 없고, "축재적(蓄財的)"인 사람은 적당한 돈으로 만족할 수 없는 것일까? * 도덕 철학의 관점에서, 플라톤은 지식의 추구보다 명예나 돈의 추구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충분한 이유가 있음 * 소크라테스가 제6권에서 아데이만토스에 동의한 것처럼 많은 철학자들이 사기꾼이라고 하더라도. (487d) *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람들이 이성, 정념, 욕구의 주장을 자신의 정신의 평화에 맞게 조화시키는데 철학자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 (다음주에 계속) This is a public episode. If you would like to discuss this with other subscribers or get access to bonus episodes, visit seoulalien.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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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1/06/2024

    #631 어니스트 베커, 《악에서 벗어나기》 (7)

    6장 돈: 새롭고 보편적인 불멸성 이데올로기 * 불멸성이 불변하는 동기라면, 모든 사회적 풍습은 본질적으로 신성하다는 결론 * 브라운의 《죽음에 맞서는 삶》의 공헌은 돈의 권력에 관한 이론을 위한 기본 관념들을 종합한 일 * 〈더러운 돈〉(Filthy Lucre) * 속세에 아들을 남겨놓음으로써 불멸성을 얻게 된다면, 자신의 이미지를 기리는 다른 물리적 기념물을 방대하게 축적하여 남겨놓음으로써 불멸성을 얻는 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 돈의 추구가 보통 사람에게도 가능하게 됨 * 금은 새로운 불멸성의 상징이 됨 * 돌무더기와 금 더미로 이루어진 기념물의 권력 * 새로운 가부장제는 아들에게 가문의 불멸성은 물론, 축적된 금, 재산, 이자 역시 물려줬음 * 축적할 의무도 물려줌 * 불멸성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권력의 세계가 아니라 가시적 권력의 세계에 존재 * 초점을 원시인 타락의 메커니즘에 확고히 고정시킴 — 브라운 * 역사의 핏줄 속에 흐른 물질: 금 * 돈 * 새로운 마법의 대상 * 새로운 "토템적" 소유물 * 인간은 사회에 질서와 형식을 부여하고 경험 세계 전체를 마법적으로 묶기 위해, 새로운 제의가 필요했음 * 돈은 제의가 남겨놓은 공백을 채웠음 * 그 자체로 새로운 제의적 초점이 됨 * "돈은 가치 측정을 위한 표준을 제공한다. (…) 돈은 단지 제의의 극단적이고 특수화된 형태일 뿐이다." — 메리 더글러스 (💡'명품'은 비싸기 때문에 명품이다.) * 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목 중 하나는 돈의 진화 * 돈에 대한 역사가 아직 쓰이지 않은 이유 * 돈의 기원이 역사 이전에 감춰져 있기 때문 * 돈의 발달이 다양했고, 단일하고 보편적인 과정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 * 현대인은 돈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물고기에게 물은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인 것처럼) * 돈이 여전히 신성하기 때문. 여전히 우리가 불멸성으로 진입하기 위해 의탁하는 마법적 대상 * 돈은 여전히 살아 있는 신화이자 종교 * 돈은 바로 신성한 권력임을 증명함 — 브라운 * 원시적 돈의 형태(개 이빨, 조개껍데기, 깃털 묶음, 돗자리 등)는 단지 장식적 가치나 실용적 교환가치만을 지니지 않았음 * 현실적인 영혼 권력의 가치를 지님 * 돈의 진화라는 문제: 원시적 돈과 동일한 원천, 즉 마법 부적이나 표식에서 그 기원을 찾아야만 함 * 신의 권능이 금속에 현전하게 됨 * 인도에서 금은 불의 신 아그니(Agni)와 동일시됨 * 금은 신성한 제의에서 태양을 대신할 수 있었음 * "태양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황금은 빛이고, 태양은 빛인 이치이다. 황금은 불멸이고, 태양은 불멸이다." — 《샤타파타 브라흐마나》 * 호카트, 소논문 〈돈〉에서 금화, 왕관, 후광의 공통된 기원을 제시 * 이 세 가지 모두 태양의 원반을 표상 * "금과 은이 주요 화폐가치로서 특별한 매력을 갖는 이유가 태양과 달과의 상징적 동일시 때문이라는 점에 동의" — 존 케인스 * 금과 은의 가치 비율이 고전 시대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1 대 13.5'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옴 * 수요와 공급의 차원이 아니라, 태양과 달의 점성술적 순환 비율을 통해 해명해야 함 * 인간은 항상 자연에서 특별한 마법적 속성을 발견하여, 그 속성이 인간의 삶에서 의미를 띠게 하려고 노력했음 * 어느 기타 제조 장인은 기본 척도로 고대의 '그리스 피트'(Greek foot)을 사용함 * 화폐는 마법 부적과 태양에 대한 마법적 모방이 그 기원 * 이것들에는 보호를 해주는 영혼 권력이 담겨 있기에 몸에 착용하거나 보관 * "애초에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원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돈을 원하기 때문에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다." — 로하임 * 이제 최초의 은행이 신전이었고 최초로 돈을 발행한 사람이 제사장이었던 경위를 이해할 수 있음 * 성직자 영향력의 강화와 더불어, 사제들 자신이 공식적으로 신성한 주술의 거래 및 은혜와 금의 교환거래를 독점 * 최초의 조폐국은 신전에 세워짐 * '돈'(money)이라는 단어도 로마의 캄파돌리오 언덕에 있는 유노 모네타(Juno Moneta, 훈계자 유노) 신전의 조폐청에서 유래 * 위조가 신성모독인 까닭은, 동전이 신의 권능을 체현하기에 오직 사제만이 그러한 힘을 다룰 수 있었기 때문 * 황금은 보이지 않는 힘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대가로 사제에게 치른 보수 * 인도에서 황금 보수는 그 본질이 황금인 신에게 지불하는 적절한 수단이었음 * 이로부터 초창기 동전에 신의 이미지가 새겨졌던 전통이 유래 * 그 다음에는 신성한 왕, 오늘날에는 대통령이 새겨짐 * 사제들은 '우주적 지배'와 '신성한 왕권의 점성술적 통합'이라고 불리는 불멸성 이데올로기의 일부였음 * 새로운 인간이 고대 세계에 태동함 * 자신의 생명(따라서 자신의 불멸성)의 가치의 기반을 동전에 집약된 새로운 우주론에 두는 인간 * 돈은 모든 존재의 정제된 가치가 됨 * 또는 단일한 불멸의 상징, 즉 자신의 확장을 자기 세계의 모든 중요한 대상과 사건에 연결시키는 준비된 방식 * 돈은 가시적 힘과 비가시적 힘(신, 왕,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 등의 권력)의 우주론적 통합을, 그리고 전쟁 노획품의 정제물을 표상했다고 볼 수도 있음 * 이 우주론의 중심에는 두 세계를 정제하고 포괄하면서 자신의 확장을 가늠할 가시적 계산대, 즉 자신의 불멸의 가치를 나타내는 신성한 증거를 지닌 개인 자신이 서 있음 * 돈을 신성함의 영역과 연결하는 것은 돈의 권력 * 돈이 다른 인간을 지배할 권력을, 또 가정과 사회적 의무, 친구,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부터의 자유를 부여함 * 돈은 자신과 타인의 유사성을 제거함 * 돈은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제공함 * 권력은 스스로를 확장하는 힘, 자신의 자연적 상황을 왜소함, 무력함, 유한함으로부터 거대함, 통제, 지속성, 중요성으로 바꿀 수 있는 힘 * 요컨대, 돈은 동물적 굴레와 자연 결정론을 대범하게 거부하는 탁월한 인간적 양식 * 돈은 배설물, 물질성, 동물성, 쇠퇴와 죽음에 대한 부정을 표상함 * 선교 활동이 우수한 무기 및 약품과 더불어 이루어진 이유는, 사제들이 자신의 신은 우월한 권력을 표상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었기 때문 * 돈은 여러 실패한 역사적 불멸성 이데올로기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쟁점 * 경제적 평등은 "민주적 유형의 인간이 감내할 정도를 넘어선다." * 돈은 지금 권력을 부여하며, 또한 축적된 재산, 토지, 이자를 통해 미래에도 권력을 부여함 * "집, 자동차, 은행 잔고가 현대인의 불멸성의 상징이다." (p.157) * "흑인이 이웃으로 이사 오면, 집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뿐만 아니라, 가시적 불멸성의 차원에서 당신의 충만함도 줄어들며, 그리하여 당신은 죽는다."(💡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임대 아파트'.) * 현대인이 경제적 평등을 용인할 수 없는 까닭: 그 자신이 자기 초월적인 저세상의 불멸성 상징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기 때문 * "가시적인 것의 차원에서 살아가며 비가시적인 것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물에게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의 시선보다 우위를 점하기 쉽다." (p.156) * 따라서 불멸성 권력은 축적된 부에 자리 잡게 되었음 * 시간이라는 짐,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 간의 긴장, 소유에 의한 죄는 분명 민감한 영혼에게 매우 크게 다가왔을 것 * 이것이 '죄악'(sin) 개념의 성장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방식 * 이론적으로 죄악은 말 그대로 신의 권력과 보호로부터의 분리, 스스로를 자기원인으로 세우는 일을 뜻함(💡〈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 우리는 그저 비가시적 세계를 부정함으로써,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이분법의 긴장을 완전히 해소했음 * 시간을 완전히 단선적 기반 위에 두었고, 그리하여 돈과 축적된 이자는 우리의 명백한 신이 됨 * 영웅주의를 향한 우리의 충동은 언제나 손에 닿는 가장 가까운 수단을 이용했음 * "인간은 증여하는 동물, 즉 사물을 건네주는 존재에서 전적으로 차지하고 보유하는 동물로 변했다." (p.163) * "역사는 통제를 벗어난 영웅주의와 속죄의, 그리고 광적으로 추동되고 고안된 새로운 방식으로 속죄를 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의 비극적 기록이다." (p.164) * 주장하려는 요점 *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서 마주했던 대부분의 악은 바로 인간의 부정과 역사적인 내달림이라는 더 거대한 열정의 결과 * 인간사에서 악의 본성은 무엇일까? 어떻게 악에 관해 파악할 수 있을까? * 유일한 길은 진지하게 우리의 현재 상태에 이르게 한 그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계속) This is a public episode. If you would like to discuss this with other subscribers or get access to bonus episodes, visit seoulalien.s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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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11/03/2024

    #629 요즘 밤공기는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내리막을 구르는 것 같습니다

    1. 북정마을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그래서 요즘 더 알뜰히 아내와 산책을 다닙니다. 이번 주말엔 삼청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와룡공원으로 이어진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 공원 입구에는 항상 차들이 복잡하게 주차를 하고 있어서 외면했었는데 한번 가보고 싶어졌네요. 공원 자체가 멋지다기보다는 한양도성 성곽길이나 이런저런 공원들과 연결되는 허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네요. 자료를 찾아보니 슬픈 기록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갈림길에서 성북동 쪽으로 갈지 혜화동 쪽으로 갈지(어차피 나중에는 만나지만) 선택해야 하는데 성북동을 택했고, 도중에 북정마을이란 곳을 만났어요. 입구가 작아서 차로 지나칠 때는 알 수가 없는 곳이었네요. '달동네' 같은 마을, 지금도 산신제를 지내는 마을, 재개발을 기대하고 외지인들이 사놓은 빈집들이 많은 마을, 그런 사람들을 욕하는 동네 할머니, 그래도 마을에 애착을 가지고 새집을 지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칭찬하는 할머니, 신용카드는 되지 않지만 친절한 동네 슈퍼, 조용한 전기 마을버스가 다니는 마을, 80년대 일본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커플이 쇼핑몰에 올릴 사진을 찍는 마을, 그걸 신기하게 쳐다보는 동네 사람들, 빈촌부터 부촌까지 성북동이 한눈에 보이는 마을, 가파른 비탈을 벗어나자 현실적 건물이 솟아나는 마을. 카페나 음식점은 없습니다. 2.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 읽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시인은 최민우. 처음 듣습니다(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제가 요즘 시인들의 이름을 들어도 아는 사람이 있겠나 싶어서입니다). 책에 나온 소개는 이렇습니다. 2021년 웹진 《아는사람》에 에세이 〈20세기 아는 사람〉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전자양을 즐겨 듣는다. 허세 없는 자기 소개가 딱 제 취향입니다. 저 웹진은 없어진 것 같네요. 저 대학생일 때, 시를 즐겨 읽고 썼습니다. 전공자로서의 자부심이랄까 그런 허장성세가 있었죠. 그때도 젊은 시인들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가 좋았어요. 나이를 먹고 인생을 겪어봐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지. 암. 뭐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치기와 실험과 독창성의 아슬아슬한 삼각 경계에 있는 젊은 작가들의 언어가 좋았습니다. 제 B급 정서 취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B급'이란 것도 주류의 위치에서 바라본 것 아닐까요? 제가 어떤 시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은 어떤 시구들을 몇 번씩 읽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구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퍼뜨립니다. 만화경처럼 이미지가 계속 바뀌죠. 아무것도 물고 있지 않은 입안의 맛도 달라집니다(호사에 겨운 뇌의 착각이겠죠). 그렇게 그 시와 시인을 좋아하게 됩니다. 가령 이런 것들이죠.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고립됐다는 뜻 아닙니까?— '소시민' 중 침팬지 클라라는 강으로 흘러든 폐수를 마시고얼룩소 부이는 쓰레기 언덕에서 밤새 옷을 되새김질하고조만간 내가 먹는 밥에도 고무 씹는 맛이 날 것이다— '폭설 여름' 중 기억을 보내 주시면 잠으로 교환해 드려요.— '정체성' 중 평범했는데 본 적 없는 내 인생을 적어 둔 것 같은 기분이었다(…)빛이 먼지를 지그시 누른다(…)따사로운 햇살은 하루 이틀이면 막을 내렸다너는 누구와 걸어도 사랑에 빠질 날씨라고 했고나의 대답은 도심 속 발걸음처럼 느려진다— '롱 숏' 중 이런 것들을 좀 더 찾아볼 계획입니다. 3. 지구 크라카우어는 《영화의 이론》에서 "어쩌면 외견상 비본질적인 것을 흡수해야 비로소 잘 잡히지 않는 생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인간 조건이 아닐까?"(p.14)라고 하며, 곧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서식처인 이 지구"와 맺고 있는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의 가장 내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라는 단어를 듣자 머리 속에 종이 울립니다. 최근에 이 지구를 엄중히 언급한 책을 읽었죠. "파우스트적 인간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에서, 지구는 자기 영속의 유일한 영역이 되었다."— 《악에서 벗어나기》, p.135 저는 어니스트 베커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듯이 들리는데요, 이 둘의 지구는 같은 지구일까요, 아닐까요? 이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읽기가 될 것 같네요. 4. 'November' Brian Green의 〈Music For Home〉 중 'March' 11월이니까 'November'도 들어보죠. 요즘 스포티파이가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데이리스트Daylist')를 매일 시간대별 다른 장르의 음악들로 만들어주고 있어요. 좋긴 한데, 그 수많은 회원들에게 이렇게 제공하는 게 가능한 거였나하는 생각도 들면서 좀 무섭죠. 시간대별로 컨셉이 있는데, 예를 들어 제목이 이렇습니다. 'ambient soundscape sunday night'. 음악 장르, 요일, 시간대 등을 조합해서 만들죠. 그런데 선곡된 곡들이 제 취향과 꽤 잘 맞아요. AI가 내 청취 기록을 이용해서 만들었겠죠. 하루에 몇 번이나 바뀌는지 찾아봤더니 정해진 횟수는 없고 '많이 들을수록 자주 업데이트된다'라고만 나와있군요. 이 곡들도 그렇게 알게 됐어요. 5. 굿즈 만들기 굿즈를 만들어볼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책갈피, 엽서, 아크릴 문진, 스탬프, 장서인, 스티커 등등이 후보입니다. 요즘은 자신만의 굿즈를 만들기가 너무 쉬워지긴 했는데, 이왕 만드는 거 특별함 한 스푼을 넣어보려고 하니 이것!하고 결정을 못하겠네요. 조금씩 샘플만 만들어서 써보고 있어요. 이왕이면 책, 읽기, 공부 등과 관련된 것, 손때 묻히며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전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구요. 그중 가장 괜찮지 않을까 싶은 건 장서인 또는 장서표예요. 문제는 장서인(표)는 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접근성이 떨어지니까 좀 쉽게 만들어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중입니다. 그래서 지금 상태는 오리무중이네요. 도와주세요. 🌼 This is a public episode. If you would like to discuss this with other subscribers or get access to bonus episodes, visit seoulalien.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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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0/31/2024

    #628 《위대한 책, 잘못된 논증》 해설 (7)

    국가(polis)/혼(psychē) 비유에 관한 중요한 질문 * 플라톤이 자신의 이상적 사회를 뒷받침한 논증들은 충분히 독창적임 * 실패한 이유에 대해 철학자들이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음 * 그러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질문은, * '플라톤이 구분한 다양한 유형의 사회의 속성이 그 사회 구성원들의 속성에 얼마나 의존하는가?' * 국가(polis)는 시민들의 "형상과 성향"(eidē and ēthē)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함 (435e) * 이는 국가(polis)와 혼(psychē)의 삼분법적 구분(국가/혼 비유)만큼이나 플라톤 주석자들을 많은 곤경에 빠뜨렸음 * 그러나 참주 정체의 피통치자들 자신은 참주 정체적이지 않으며, 플라톤 자신도 참주 정체화된 polis에 대해 그 안에서 최고의 요소를 구성하는 자유인들이 불명예스럽고 비참한 노예 상태로 전락한다고 인정함 (577c) * "형상과 성향"이 공유되고 있지 않음 * 따라서 올바른 사회가 대다수 올바른 시민들로 이루어져 창조되고 유지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통치자들이 피통치자들에게 보여주는 행동에서 나타나는 올바름의 의미에 달려 있음 *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방식이 polis가 올바른 방식과 같다면(441d), * 올바른 polis가 올바른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의미일까? * 올바른 소수가 부정의한 다수를 마치 올바른 사람이 부정의하게 행동하려는 자신의 유혹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는 곳이라는 의미일까? * '국가/혼 비유'를 사용한 것은 플라톤이 이 양쪽 모두를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봄 — 버나드 윌리엄스 플라톤의 '올바른' 사회 * 플라톤이 말하는 올바른 사회 * 모든 시민 범주의 구성원이 해당 범주에 적합한 기능만 수행하는 사회 * 단순히 정체(政體)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세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며, 법원이 계약을 지지하고, 시민들이 필요할 때 공적 의무를 다하며, 타인의 재산을 훔치거나 폭력으로 타인을 폭행하는 사람이 잡혀 처벌을 받는 사회가 아님 (💡현대의 관점에는 올바른 사회) * 올바른 사람은 모든 사람을 정당하게 대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과 그 안에서 자신의 의무를 의심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과 선호를 자신이 속한 사회의 복지에 종속시키는 사람 * dikaiosynē(디카이오시네) * "자기 자신의 일을 하는 것"(ta hautou prattein) * 영어로는 일반적으로 'just'(올바른)로 번역함 * 소크라테스는 "올바른" 개인과 사회가 좋음의 형상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실질적인 조건들을 자세히 설명함 * 소크라테스의 실수 * 올바른 사회의 시민 대부분이 자신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조화롭고 질서 있을 수밖에 없고, * 그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보다 동기의 충돌로 인해 덜 괴로워한다고 가정하는 것 * 조화롭고 질서 있는 사회에서 시민들은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함 * 통치자는 통치할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반대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음 자유의 제한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기 원함 * 소크라테스는 처음에 사회를 탄생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할 때, 상호간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분업을 지적하며, 이들은 노동의 결과물을 승인된 상호간 이익을 위해 교환할 것이라고 말함(제2권) * 플라톤은 올바른 사회가 수호자, 보조자, 생산자라는 세 개의 분리된 사회계층 간에 기능 분담을 엄격하게 시행하여 제화공이 제화공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더라도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한다고 주장함 (374b) * 나중에 소크라테스는 구두장이가 건축을 하고 싶어 하거나 건축가가 신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인정함 (434a) * 그러나 생산자가 보조자가 되려고 하거나 보조자가 수호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polypragmosynē, 즉 남의 일에 간섭하려는 충동 * 소크라테스는 이를 "무엇보다도 더 한 악행"(malista kakourgia)이라고까지 비난함 (434c) * 실제로 실행 불가능한 것은 없음 * 예를 들어 후기 로마제국, 힌두교의 인도, 제정 러시아에서 통치자들은 노동자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평생 그 직업을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효과적인 제도적 제재(制裁)를 마련했음 * 플라톤의 어려움은 두 하위 사회계층(보조자, 생산자)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자유의 제한이 통치자들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기를 원한다는 것 (💡자발적 동의를 위한 설득. '다 너희들 위해서 그러는 거야!') * 두 하위 계층은 올바른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노예들에게 행사하는 직접적인 강압적 통제의 형태에 종속되지 않음 (433d) * 그들은 통치자들에 의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에 통제될 필요가 없음(💡이것은 교육인가 세뇌인가?) (다음주에 계속) This is a public episode. If you would like to discuss this with other subscribers or get access to bonus episodes, visit seoulalien.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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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10/30/2024

    #627 우물쭈물하다가 뉴스레터 못 보낼 뻔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라는 이름은 생전 처음 들어봤다. 그의 저서는 국내에 네 권이 번역되어 나와있다. 에세이집인 《과거의 문턱》을 제외한 《칼리가리에서 히틀러로: 독일 영화의 심리학적 역사》, 《영화의 이론》, 《역사: 끝에서 두 번째 세계》, 이 세 권이 주요 저작인 것 같고, 그 중 《역사》는 유고집이다. 한때 영화 이론에 대한 선망이 있었으나 곧 실망, 그리고 외면을 거쳐 경멸까지 도달했었으나 지금에 와서 영화 이론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진 건 왜일까 싶었다. 아주 잠깐 생각해보니 아마도 고전 영화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넷플릭스 같은 OTT들 덕에 영화를 보는 것보다 고르는 시간이 더 많은데, 신작들 중에 볼 것을 고르는 일은 아주 힘들어졌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도 고전을, 또는 최소한 몇 년에서 몇십 년의 시간을 견딘 책들을 읽는데, 영화는 왜 신작만 보려고 하지? 그러면 영화에도 책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음악 소비에 관한 어떤 통계를 보니 그쪽 사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신곡 청취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를 읽기 시작한 것이 그 첫 시작이다. 그러나 영화 평(론)을 읽을 때 항상 답답하게 느꼈던 것은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평(론)하는 사람의 입각점이나 이론적 배경을 잘 모르겠다는 거다. 인상 비평일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둘째는, 이론이 있다한들 천편일률적인 교과서적인 비평일 경우다. 어쩌면 정치한 이론이나 숙고의 결과를 선호하는 내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서문밖에 읽지 않은) 크라카우어의 《영화의 이론》은 달랐다. 우선 대상 영화를 “사진에서 발전해 나온 일반적인 흑백영화”로 한정한다. 컬러는 “영화에 덜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의도는 “실사영화의 내적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이것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가 생긴다. 크라카우어가 영화를 보는 관점 중 또 ‘충격적’이었던 것은 “영화는 본질적으로 사진의 연장”이라는 것이다(참고로 그의 생몰 연대는 1989~1966이다). 내 머리 속에서는, 사진으로부터 영화가 탄생하는, 그런 역사적 변천 과정이 있긴 했으나 이제 그 둘은 완전히 결별해 있었다. 아무리 영화가 사진들을 빠르게 이어 붙인 것이라고 한들, 그 본질은 여전히 사진에 있다? 이후 책의 내용이 또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렇게 어떤 학자나 작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 그의 책들을 모두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요 저서들만큼은 읽고 싶은 욕심이 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 당연한 결과로 《영화의 이론》을 완독하고 읽으려고 했던 《칼리가리에서 히틀러로》와 《역사》도 곧 집에 도착했다. 재밌게도 크라카우어의 한국어판들은 모두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그렇다보니 저자 소개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비교해보니 《역사》의 저자 소개가 가장 충실했고, 유고집이다보니 편집인이 서문을 썼고, 평소 깊은 학문적 교류가 있다보니 크라카우어에 관한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그렇게 서문만 읽으려던 것이 본문까지 들어가 읽게 됐고, 내가 늘 의문으로, 불만으로 갖고 있던 생각을 들여다 본듯이 써내려 간 것을 확인했다. 이런! 영화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저런! 더 좋네. 뭐 먼저 읽지. 또 재밌는 건 지금 뉴스레터로 보내고 있는 《악에서 벗어나기》와도 여러 연결고리가 있다는 거다. 그건 어쩌면 내 터널 시야 속에서 어떻게 시냅스 지들끼리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없다. 그게 내 머릿속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때가 많다. 아래는 《역사》에 실린 저자 소개. 현대 사회와 문화, 일상생활, 영화, 역사를 폭넓게 연구한 독일 출신의 지식인.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철학교사이자 발터 벤야민의 편집자. 에른스트 블로흐와 레오 뢰벤탈의 친구였던 크라카우어는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고, 문화비평가이자 영화이론가이며, 소설가이고 저널리스트이다. 188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건축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1920년까지 건축가로 활동했다. 제1차 세계대전 말, 당시 십대이던 아도르노와 가까워지며 함께 철학 강독을 했다. 1920년대 독일의 유력 일간지 《푸랑크푸르터 차이퉁》에서 영화와 문학 등을 소개하는 문예면 편집장으로 일하며 명성을 떨쳤다. 당대 일상생활을 탐구하던 크라카우어는 1920년대 초 《탐정소설Detektiv-Roman》을 발표하고, 이어 사진, 영화, 광고, 춤, 여행, 도시 등을 폭넓게 분석한 《대중의 장식Ornament der Masse》 (1927), 익명으로 발표한 자전적 소설 《긴스터Ginster》 (1928)를 출간했다. 소설가 요제프 로트는 소설 속 주인공 긴스터를 "문학의 채플린"이라 평했다. 1930년에는 새로 형성된 사무직 노동자 계급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사무직 노동자Die Angestellten》를 펴냈다. 이 책을 접한 벤야민은 크라카우어를 자본주의의 흥을 깨는 '소란꾼'에 끼워넣었다. 크라카우어는 1933년 나치 정권이 들어서자 파리로 이주했고,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서 영화 연구에 매진한 그는 1947년 《칼리가리에서 히틀러까지: 독일 영화의 심리학적 역사From Caligari to Hitler: A Psychological History of the German Film》를 펴냈다.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의 영화에서 나치즘의 태동을 읽어내는 이 책은 현대 영화 비평의 기반을 닦은 명저로 평가된다. 1960년 크라카우어는 영화 연구의 기념비적 저서인 《영화 이론: 물리적 현실의 구원Theory of Film: The Redemption of Physical Reality》을 출간했다. 만년에 자신의 사상을 온축(蘊蓄)한 역사에 대한 책을 준비하던 크라카우어는 1966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후, 완성 단계에 있던 그 유고를 묶은 마지막 책 《역사: 끝에서 두 번째 세계》가 1969년 출간되었다. This is a public episode. If you would like to discuss this with other subscribers or get access to bonus episodes, visit seoulalien.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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