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아침마다 지혜 #069] AI 친구 시대, 우리는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가

"요즘은 사람보다 AI랑 더 많이 얘기해요."

최근 지인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웃으며 넘겼지만,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AI와의 대화가 친구와의 대화를 대체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AI를 '친구 같은 존재'로 만들려는 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메타(Meta)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인 평균 친구 수가 세 명 이하”라는 통계를 인용하며, AI가 인간관계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책임자도 “당신을 잘 아는 사람과 대화하듯, 따뜻하고 지지적인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서 인간의 외로움, 관계의 부재, 감정의 교감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닿아 있습니다. 특히 우리 세대에게는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입니다. 은퇴 이후 대화 상대가 줄고,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의 접촉이 줄어들 때, 누군가와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AI는 진짜 친구가 아닙니다.

AI는 사용자의 관심사와 언어 패턴을 학습해 대화를 흉내 냅니다.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본질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불과한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AI에 기대는 정서적 안정은 일시적인 착각일 수 있으며, 오히려 진짜 인간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둘째, AI는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만든 xAI는 ‘진실을 말하는 AI’를 표방하며, 기존 AI들이 진보적 가치에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정치적 세계관을 AI에 주입하는 또 다른 시도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세계관을 기준으로 훈련된 AI는 중립적인 친구가 아니라, 특정 이념을 강화하는 메아리일 수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인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AI와의 대화가 따뜻하고 유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과의 관계를 대체하거나, 나의 가치관을 검증 없이 반영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기술을 경계하고, 필요할 땐 활용하되, 중심은 언제나 ‘나 자신’과 ‘사람’이어야 합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와 대화하고 계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정말 들어줄 사람은, 여전히 사람이 아닐까요?

출처: 캐어유 뉴스 https://www.careyou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4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