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아침마다 지혜 #104] 약이 바뀌면, 치료도 바뀝니다

– 고령자를 위한 ‘맞춤 처방’의 중요성

최근 미국에서는 체중 감량 주사제의 보험 적용 방식이 바뀌면서 환자 수십만 명이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중단하고 다른 약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특히 일리 릴리(Eli Lilly)사의 ‘제프바운드(Zepbound)’를 사용하던 환자들이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사의 ‘위고비(Wegovy)’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 두 약물이 ‘같은 종류의 약’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환자마다 체내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 환자에게는 이런 변경이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약물 교체, 그저 가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CVS는 “더 저렴한 약을 우선 보장한다”는 이유로 제프바운드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실제로 위고비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제프바운드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과 환자들은 이 조치가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건강 위험 요소’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제프바운드를 맞았을 때 식욕이 확실히 줄고 체중도 잘 빠졌지만, 위고비로 바꾼 이후에는 다시 살이 찌거나 메스꺼움, 피로감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호소합니다.

케이트 더피라는 환자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제프바운드를 사용해 50파운드(약 22.7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이 더 이상 이 약을 보장하지 않자 위고비로 바꿔야 했고,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직접 느꼈다고 말합니다.

‍⚕️ ‘하나의 약이 모든 사람에게 맞을 수 없다’는 진실

체중 감량 주사제는 단순히 미용 목적이 아니라, 당뇨병 예방, 고혈압 관리, 심혈관 질환 예방 등 다양한 의료적 효과를 기대하며 사용됩니다. 특히 5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는 이런 약물이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맞지 않는 약’을 강제로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시니어들에게 중대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의 경우, 약물 대사 속도나 부작용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맞춤형 처방’이 필요합니다.

건강보다 우선된 비용 논리,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

이번 사태는 결국 ‘의료비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장기적으로는 더 큰 건강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약물이 맞지 않아 다시 체중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당이 오르거나 고혈압이 악화되면, 결국 의료비는 더 커지게 됩니다.

환자의 몸이 약을 거부하기 시작하면, 건강 상태는 급격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 전단계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시니어에게는 매우 위험한 변화입니다.

시니어가 건강 주권을 지키는 법

의사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리기: 기존에 어떤 약을 썼고,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험 변경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 보험사가 약물을 변경할 경우, 주치의와 상의하여 재처방 요청서를 제출하거나, 제조사의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 몸에 맞는 약’: 값이 싸다고, 보험에서 해준다고 무조건 그 약이 나에게 좋지는 않습니다. 결국 건강은 자신이 지켜야 할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의 ‘고령자 맞춤 의료’는 아직 멀었습니다

이번 미국 사례는 단지 한 나라의 보험정책 이슈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약값 절감, 보험 재조정, 약물의 보장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늘 ‘시니어 환자’들이 있습니다.

시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빠른 처방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꾸준한 치료입니다. 우리는 건강을 비용 문제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약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치료가 흔들리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