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잖은 위로

소시민, 시바라기

저희 '시답잖은 위로'는 여러분의 사연을 함께 나누고 당신을 토닥여줄 시를 소개하는 위로 방송(?)입니다. 전혀 전문적이진 않지만 시를 사랑하는 두 여자가, 시로 마음을 달래고픈 여러분과 시간을 나누고자 합니다. 때론 아주 시답게, 때론 시답지 않은 위로를 선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pisodios

  1. 09/10/2016

    5회-바람의 사생활

    나는 당신을 기억하게 됐습니다. 그때 당신과 나눈 말 잊었어도. 우리 잡았던 손 사이로 흐르던 온기를. 슬며시 안았을 때 풍겨오던 살냄새를. 멀리서 오던 매미 울음 소리를. 나는 그곳을 기억하게 됐습니다. 그때 거기에 우리 없어도. 흔들리던 나뭇잎 틈새로 쏟아지던 햇살을. 귓가를 스쳐 지나던 바람을. 함께 날아오던 강내음을 풀내음을. 내가 그때 그곳 당신을 떠나도. 선명했던 그 순간은 곁에 남아 나를 맴돕니다. 맴돌다 맴돌다 나와 어깨를 부딪으면 그 찬란했던 순간은 그리움이 됩니다.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못내 잊지 못해 나는 몸을 뒤척입니다. 쉬이 잠들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되감습니다. 되감다 되감다 다시 장면이 시작되면, 나는 눈을 감습니다. 그때 그곳 당신은 없는데. 손끝에 닿을 듯 소리 들릴 듯 냄새 풍겨오는 듯 장면은 가까워집니다. 쉬이 눈 뜨지 못하고 오래오래 장면을 재생합니다. 지금은 눈앞에서 사라진 그 장면을. 어쩌면 우리는 소리와 냄새를 공유하는 사소한 순간들로 인해 가까워지고, 서로를 더 아끼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가까워질수록 깊이를 더했던 온도와 냄새, 소리 같은 것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하게 되겠지요. 지금의 나와 당신, 우리들처럼 말이에요. 당신과 함께했던, 그곳에 존재했던 나. 지금의 나는 알지 못하는 나는 인생의 명장면으로 남을 테지요. 오늘, 당신에게는 어떤 명장면이 있었나요? 오늘의 시답잖은 위로, 이병률 시인의 입니다.

    1 h y 20 min

Acerca de

저희 '시답잖은 위로'는 여러분의 사연을 함께 나누고 당신을 토닥여줄 시를 소개하는 위로 방송(?)입니다. 전혀 전문적이진 않지만 시를 사랑하는 두 여자가, 시로 마음을 달래고픈 여러분과 시간을 나누고자 합니다. 때론 아주 시답게, 때론 시답지 않은 위로를 선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