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내수공업 쪽글

최윤영

제가 쓴 한 쪽 분량되는 글을 읽는 게 주 콘텐트입니다. 그 앞에 혼자 떠드는 건 덤 !

  1. 01/06/2016

    [35화] 이것만큼은 잊지 않기로 해

    . . . -죽은 후에 뭐가 있습니까. 나는 어떻게 됩니까. -그게 왜 중요하지? 살기 싫어했잖아. 죽고 싶어 했던 게 아니었나. 나는 씩 웃으며 인간의 눈을 바라봤다. 놈이 눈길을 피하면서 말했다. -죽고 나서는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렇게 될 거다. 그게 너의 천국이구나. 그럼 너는 그 무(無)에 속하게 될 거다. -죽은 이들이 가는 곳이 모두 무 입니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까. -너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너의 직감, 직관, 생각, 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의 덩어리들. 그게 정답이야. 죽음은 사실 너무 간단해. 간편하기도 하고. 인간이 살면서 기대하는 딱 그 정도지. -무의 세계는 천국 인가요 지옥인가요? -천국과 지옥은 각자 선택 하는 거야. 각자가 만드는 거고. 지금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너의 천국이다. 혹은 지옥이다. 혹은 그 둘도 아닌 무엇이다. -죽고 제가 후회하지 않을까요? -죽음과 생은 아주 가깝지만 생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게 죽음이 뭐 특별하겠나. 대개는 일종의 도피처쯤으로 생각하지. 그게 사실은 아주 위험해. 생에 일말의 의지가 없는 사람은 죽음과 생의 경계가 점차로 흐려지지. 우리식으로는 ‘경계코마’라고 부르는데 그야말로 살아도 산 게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게 아닌 상태를 말해. 그 때 숨이 끊어지면 죽기 전 생이 권태롭게 이어지게 되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완전한 지루함, 고독, 출구 없는 권태상태에 빠지는 거야. 그렇게 애착 없던 생이 끊임없이 지속돼. 심각하게 최악이지. 지옥이야. 가장 혹독한 지옥. -저도 경계코마에 걸려있나요? -그 역시 너 스스로가 알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말했다. 모든 것을 알면 당장 죽어야만 해. 너는 3일 후 죽을 건지만 결정하면 된다. 너를 담당하는 신으로서 꼴도 보기 싫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선택해라. . . .

    20 min
  2. 18/05/2016

    [33화] 새벽!!!!!!!, 제임스로부터

    [제임스로부터] “인중-천사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합니다.” 비서-천사에게 짤막한 보고를 들은 하늘의 신은 고민에 빠졌다. 인중-천사가 하는 일이 결코 가볍거나 불필요하다 생각지 않았지만 천국의 전체예산 중 많은 부분을 그들 인건비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람이 태어나기 직전, 인중-천사는 천국에서의 삶을 잊게 될 거란 증표로 태아의 입술 위에 손자국을 남긴다. 인중이 만들어지는 순간 모든 기억은 삭제된다. 인중-천사의 일은 단순했지만 천기누설을 애초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했다. 신은 대천사들과 몇 차례의 회의를 거친 끝에 대책을 마련했다. 출산에서 인중-천사를 완전히 배제해보자는 것이었다. 천국에서의 삶을 기억하는 인간이라. 물론 위험했다. 적당한 천사를 골라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인간 외모 부서’의 디자이너-천사 제임스는 어딘지 괴짜 같았다. 어김없이 홀로 점심시간을 보내던 그는 팀장-천사의 호출을 받았다. 팀장-천사의 표정은 단호했고 제임스는 달리 선택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빽빽한 칸막이 책상에 앉아 제임스는 ‘인생 맵핑 부서’의 상담-천사와 짧은 면담을 가졌다. 몇 번의 운명-룰렛을 돌렸고 그 결과들을 짜깁기한 대략적인 인생그림을 확인했다. 굵직한 희노애락과 터닝 포인트, 위기지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 . .

    15 min

À propos

제가 쓴 한 쪽 분량되는 글을 읽는 게 주 콘텐트입니다. 그 앞에 혼자 떠드는 건 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