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아침마다 지혜 #067] 치매 진단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정확히 기억하기에는 이미 무뎌진 기억 저편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치매 진단은 우리 삶의 풍경을 단숨에 바꾸어 놓습니다. 이 변화는 당사자뿐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울고 웃어온 가족에게도 깊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1. 현실을 받아들이되, 당황하지 않기

진단 순간의 슬픔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슬픔에만 머무르면 관계까지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과 함께 이 변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천천히 이야기해보십시오. 공식적인 법적·의료적 준비—예컨대 의료 대리인 지정, 재정 계획 수립—을 비록 어렵더라도 차근차근 진행해보시기 바랍니다.

2. 작은 일상 속에서 따스함을 찾기

익숙한 음악, 옛 이야기, 라디오 속 목소리… 이 모두는 치매로 혼란 속에 있는 이에게 안정을 줄 수 있는 귀한 자산입니다. 우리 곁의 한 사람에게는 이것이 ‘삶의 흔적’이고, 우리 가족에게는 ‘사랑의 증거’입니다. 그 결과 받는 작은 미소 하나가, 비통한 마음을 어느 정도라도 녹여 줄 수 있습니다.

3. 질문하고, 또 준비하기

진료실에 방문할 때는 꼭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증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향후 어떤 치료를 기대해야 하는가?” 등 사소해 보이는 질문도 좋습니다.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구체화하게 해 줍니다.

4. 장기(長期) 돌봄의 여정 준비

치매는 종종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정서적·신체적 부담이 누적되기 쉽습니다. 가능하다면 전문 돌봄 시설을 미리 알아보십시오. 삶의 질을 유지하며, 가족도 지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마음의 안정이 조금 더 생겨납니다.

5.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기

정서적 지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주기적인 상담, 요양자 모임 참석, 전문가와의 대화 등을 통해 감정이 과도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십시오. 우리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애쓰지만, 우리가 늘 강할 수는 없기에…

6. 순간을 마음속에 새기기

치매의 여정은 고통스럽고 벅차지만, 어쩌면 그 가운데서마저도 단 하나의 빛—순간의 맑은 표정, 스치는 눈빛, 옛 기억의 단서—이 위로가 되어 줍니다.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가슴 깊이 담아두십시오. 그 소중한 기억이야말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힘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치매는 가족 단위로 겪는 ‘공동 여정’입니다. 슬픔과 혼란, 불안은 피할 수 없지만, 그 모든 감정은 누군가의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함께 준비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삶의 남은 순간을 가능한 따스하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길이 험난해도, 매일 마주하는 작은 웃음과 위로가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밝혀 줄 것입니다.

함께라면 그 길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캐어유 뉴스 https://www.careyou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