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사]책 읽어주는 여자사람

220.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_가랑비메이커(문장과장면들)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김혜민 / 시크릿하우스 출판 *낭독을 허해주신 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삶이란 영화에 나레이션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은 어떤 문장이 되어 당신에게 전해질까.“ / 허름한 삶을 입은 것 같아도 대화를 나눌 때면 얼마나 근사한 태도와 건강한 미소를 지녔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숫자라고는 깊이만을 남겨두고 다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작은 몸이지만 웅크리는 법 없이 담대한 어른이 되고 싶다. 어제가 너저분했어도 오늘은 깨끗한 새벽을 마주할 수 있는 결단을 세우고 싶다. /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지금 당장에 해야 하는 일을 향해 나아가는 영민함과 주제를 아는 겸손을 구하는 기도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싶다. 67쪽 _‘장래희망’ 전문 / 읽는 동안 자꾸만 연필을 쥐게 되었다. 잊힌 줄 알았던 오래된 기억들을 놓칠세라 사각거리는 소리는 이어졌고, 나도 모르게 왠지 흐뭇한 미소를 띠게 되었다. 주로 어린 사랑, 서툰 20대의 장면들이 떠올랐는데 더는 슬프거나 아쉽지 않고 약간은 반갑고 조금은 측은했다. 그렇게 조금 널찍하고 먼 마음으로 내 청춘을 바라보듯 이 책을 읽었다. 힘주어 말하는 잠언 같은 다짐과 기도를 옮겨둔 것 같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문장들. 이 문장들을 쓰는 동안 분투했을 한 사람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싱싱한 의지와 청춘 같은 안간힘이 내게로 옮아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 책 속의 문장과 장면들을 지나온 사람의 지금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지금, 여기를 놓치지 않고’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지내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