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차관 주변에는 경찰병력이 쫙 깔렸다. 아직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리기 전이라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지지와 반대 집회자들 때문에 살짝 긴장감이 돌고 있다. <불교를 철학하다>를 쓴 이진경 선생(사실은 박태호 교수님이라 불러야 맞지만 학교 밖에서는 필명으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말을 듣고, 팟캐스트를 녹화하는 내내 이렇게 불렀다)은 털털한 모습으로 자리했고, 그 털털한 모습에 안도한 나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막 쏟아냈다. 사실 이 책 <불교를 철학하다>를 만나는 순간, 짜릿했다. 와, 이 목차 좀 봐! 어쩌면 이렇게 소제목들을 뽑을 수 있지? 감탄했다. 무상(無常)을 “세상에 똑같은 두 장의 나뭇잎은 없다, 하지만…”이라고 소개하질 않나, 분별(分別)을 “부처는 똥이고, 소음은 음악이다”라고 하질 않나, 중생을 “모든 개체는 공동체다”라고 하질 않나, 보시를 “존재 자체가 선물이 될 수 있다면”이라고 하질 않나,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저자는 불교 교리에서 주요테마를 14가지 뽑았다. 연기, 무상, 인과, 무아, 보시, 중생, 분별, 중도, 공, 윤회, 자비, 마음, 식, 십이연기. 이 14가지 주제를 놓고 그는 요리조리 들여다보고 늘여놓고 쪼개보고 다른 것과 섞어서 주물러 보고 그리고 한발 물러서서 감탄도 하고 그러다 슬그머니 봉합해놓는다. 고백하자면, 일부 항목에서의 그의 설명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철학자들에 대한 예의 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 철학자들은 대체 왜 이렇게 어렵게 설명하지?” 그런데 정작 저자를 만나서 이 불만을 드러냈더니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설명을 읽고서 연기법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반색하더라나 뭐라나…. 쩝, 어쩔 수 없다. 그저 독자인 내가 더 공부하는 수밖에…. 그런데 공이나 자비 등에 대한 설명에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설명에서도 크게 공감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불교의 주요한 교리들을 철학적인 사색에서만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멋진 교리들을 사람 사는 세상에서 펄떡펄떡 맥이 뛰게 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철학공부하기도 벅찼을 텐데 언제 이렇게 불교에 대해서 사색을 해나갔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불교를 철학한다’고 말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불교하는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로 살아가는 내가 불교하는 철학자를 만났다. 삶 속에서 공감하지 못한다면 불교도 철학도 존재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쾌한 수다 자리,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까? 흥미롭게 팟캐스트 이미령의 책잡히다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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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March 11, 2017 at 3:28 AM UTC
- Length35 min
- RatingCl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