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책잡히다

불교포커스
이미령의 책잡히다

불교와 관련된 책들을 재밌게 만날 수 있는 곳. 이미령의 책잡히다

  1. 09/06/2019

    28.[시즌2/3부] 마음 놓으시지요, 생명들이여 - 윤구병의

    이미령의 책잡히다 시즌2 [3부] 윤구병의 (호미출판사) 변산에서 공동체를 꾸리며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윤구병 선생님의 책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오디오 팟캐스트 바로듣기] 책을 읽다가 제 마음이 찡하게 울렸던 부분입니다. 내가 둥지 틀고 사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산 속에 달이 밝게 뜨는 암자가 있는데, 어느 날 거기 사시는 어린 스님 한 분이 내려오셨다. 밑에 깔고 그 위에 호박이나 감을 깎아 널어 말릴 청정한 볏짚 몇 단 얻을 수 있을까 하여 내려온 스님을 꼬여 바쁜 일손을 거들게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러 날 동안 붙들어 두었으니 절에서는 난리가 났으리라. 고작 볏짚 몇 단 선뜻 들려 보내지 못하고 볏짚 한 단이 하루 일품이라니, 그런 도둑놈 심보가 어디 있느냐. 나중에는 걱정이 되셨는지 스님 몇 분이 길 잃은 이 어린 스님을 찾아 산길을 내려오셨다. “마음 놓으시지요(放下着). 이 스님은 지금 자비행을 하고 계십니다.” 내일이면 결제에 들어가 용맹정진을 해야 한다는 스님 붙들고 내가 마음으로 되뇌인 말이다. “마음 놓으시지요.” 부처님께서도 마음을 놓으십시오. 슬픔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마음 놓으시기는 쉽지 않으리다. 그러나 여기 중생이 이리 많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그냥 마음 턱 놓으시지요. 하늘 같이 너른 마음, 마음 깊이 스민 하늘, 그 큰 하늘에 가득한 슬픔 다 오롯이 간직하시되, 기꺼이 놓아버리시지요. 두 손 모아 빌었다. 일하라고 빚어주신 이 거친 손을 잠깐 거두고서.(44~45쪽) 아무리 헐한 볏짚 몇 단이라고 해도 삶에서 쓰임새가 있다면 헐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이 글. 곱디고운 섬섬옥수로는 전쟁터 같은 이 현실에서나 치열한 수행도량에서나 끝까지 해낼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세상이 이리저리 서로 이어져 있고 그 속에서 마음 놓고 저 자신을 맡겨놓으면 세상은 그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길 것이니 행여 괜한 걱정에 사로잡혀 세상의 일에서 스스로를 거두지 말고 마음 푹 놓고 기꺼이 두 손 두 발 첨벙! 하고 세속에 뛰어들라는 말이겠습니다. 철학자이자 농부인 저자가 부처의 시선과 숨결을 따라서 바라본 이 세상이야기 29편을 모은 에는 ‘윤구병이 곱씹은 불교’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불교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리하지만, 툭툭 뱉어내고 써내려가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해학이 넘치면서도 중생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합니다. 모처럼 흙냄새,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진솔한 불교에세이를 풀어낸 저자, 그 세 번째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죠. 텍스트기사 : 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81449&utm_source=pobbang&utm_medium=social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CcGNDoLZMyQ&list=PLMAbXjzrf5lV7GYBfzQum9Aqvp_qsHXps

    46 min
  2. 08/23/2019

    28.[시즌2/2부] 그 아슴한 불교와의 첫 인연 - 윤구병의

    윤구병 선생님이 살아온 궤적에는 질기고도 질긴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지독한 어려움에 처해도 끝끝내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는 강인함이랄까요. 이런 삶에서 종교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자의 다른 책을 보자면 인간은 흙냄새를 맡으며 흙과 함께 살아가면 됩니다. 그게 한 목숨이 지상에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올바르고 떳떳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저자는ㅡ 불교를 향해 은은한 손짓을 합니다. 정작 불교와의 만남의 장이 펼쳐질 때면 괴팍스레 떨쳐버리더니(『윤구병 일기』에서 느꼈습니다) 이 책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에서는 나직하고 부드럽게 불교에 말을 겁니다.ㅡㅡ 그러다 느닷없이ㅡ 쏟아내는 육두문자에 질리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은근히 궁금해졌습니다. 불교와의 첫 만남, 그 빛깔과 무게는 어떠했는지. 그게 어떠했기에 저자는 그리도 열심히 불교를 향해 달려오면서도 모지락스럽게 손사래를 치는지. “당신의 인생에서 불교와의 첫 만남은 언제였나요?” 이렇게 턱 질문을 던지면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요? 아슴아슴한 기억을 되살리며 풀어낼 이야기는 어떤 빛깔일까요? 그게 궁금해져서 한번 시도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첫 만남의 느낌이 수십년 흐른 지금은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물어봤습니다. 불교를 향한 저자 윤구병의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보시지요. 텍스트기사 : 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81388&utm_source=pobbang&utm_medium=social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BY1JVNGzj20&list=PLMAbXjzrf5lV7GYBfzQum9Aqvp_qsHXps

    40 min
  3. 08/14/2019

    28.[시즌2/1부] 지금 이 격랑의 시대에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윤구병의

    이미령의 책잡히다 시즌2 [1부] 윤구병의 서점을 산책하다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저자가 또 누구입니까? 반가운 마음에 펼쳐보지도 않고 사버렸지요. 야금야금 읽어가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게다가 책 속에서 윤구병 선생님은 세 번이나 출가하려다 실패로 돌아간 ‘전과(!)’가 있다고 고백하시니 불교와의 인연이 참으로 도탑구나... 느꼈습니다. 평소 조금은 과격하다 싶은 저자의 인생관에 비해 책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독자에게 안겨줬습니다. 자신의 불교인연을 이야기할 때는 그 글맛이 허허로운 듯 하고, 스님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듯 써내려간 글에서는 뜻밖에도 간절하고 간곡하고 다정다감한 분위기가 풍겨나고, 그러면서도 현대 한국 불교의 모습을 바라볼 때는 역시나 그 독설의 찌릿함이 여전합니다. 을 읽으면서 저자와의 만남을 꼭 한 번 추진해야겠다 생각해서 신희권 불교포커스 대표에게도 그리 전화를 했지요. 뜻밖에도 윤구병 선생님이 흔쾌히 마음을 내주셔서 팟캐스트 촬영 날짜를 잡았는데 아뿔싸! 봄부터 자꾸 삐거덕 거리던 이 몸에 지독한 통증이 찾아왔고,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하염없이 미루는 불상사까지 벌어졌습니다. 윤구병 선생님과 촬영감독님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었지만 앉지도 서지도 일하지도 말고 무조건 누워서 쉬라는 의사의 ‘엄명’을 충실히 따르는 어리고 순한 양이 된 저는 오래 전부터 내 책꽂이에 꽂혀 있던 를 꺼내 읽었습니다. 변산공동체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아가던 시기의 365일 기록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팠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인생관을 가지고 몸으로 실천한 저자였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을 읽자니 왜 저자가 이런 대목에서 그런 표현을 썼는지 왜 그리 살벌달콤하게 불교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를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윤구병 선생님과 약속날짜를 잡고 마침내 만난 날! 포커스 사무실에 들어서니 바싹 야윈 시골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호미출판사의 조인숙 주간님이 곁에 계시니 분명 저 분이 윤구병선생님이실 터! 눈빛 기운은 생생한데 목소리가 조금 힘이 빠진 듯. 아하! 지난 겨울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는 말씀에 세월이란 녀석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련한 팟캐스트 촬영 자리에 선생님과 신나게 책 이야기를 펼쳐나가려다가 문득 책날개에 살포시 적혀 있고 책 마지막에 몇 번이고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그 구절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부터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까! 쫄지도 말고 그렇다고 흥분하지도 말고 차분하게 국가의 자존심과 자부심과 진실과 이익을 챙겨야 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를 꿈꾼다는 저자의 생각이 뭔가 딱! 하고 내게 신호를 보내왔던 거지요. 다소 뜬금없다 싶은 이 말 속에 저자께서 좇으시는 이상세계가 담겨 있으리라 여겨 그걸 여쭙는 걸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잘 물어봐 주었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윤구병 선생님! 과연 지금 이 시대, 어떤 이야기가 저자의 입에서 흘러나올지...... 텍스트기사 : 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81352&utm_source=pobbang&utm_m

    35 min
  4. 05/11/2019

    27. [시즌2/2부] 헤매니스트 철학자가 서유기에 폭 빠진 이유는 성태용의 _ 2부

    이제 정말 부처님 계신 곳, 영취산 뇌음사에 도착하였네. 하늘 중간에 성스러운 오색 빛을 띠고 상서로운 안개가 겹겹이 둘러싸인 곳, 바로 저기가 거기로구나! 감격에 겨운 현장법사, 일보일배를 하는 공경한 자세로 앞으로 나가는데 콸콸 흐르는 강, 너비가 팔구 리는 되는 강이 가로 막네. 어찌 건너나 걱정을 하며 찾아보니 능운도라는 나루가 보이고 그 팔구 리를 가로지른 통나무 외다리가 있구나.(중략) 도저히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닐세. 현장법사 벌벌 떤다. “나는 못 건넌다, 못 건너!” 손오공이야 휘적휘적 건너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지만 저팔계도 벌벌 떨며 주저앉는다. 이 다리를 건너야 부처가 될 수 있다지만 부처가 못 돼도 그만, 절대로 못 건넌다.(중략) 물살 위로 시체 하나 떠내려온다. 알고 보니 현장법사 시체! 손오공이 말한다. “사부님, 겁내지 마세요! 저건 사부님의 껍데기입니다.”(507~508축약인용) 이 시대 영원한 헤매니스트이신 철학자 성태용교수님과 함께 손오공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니 아니, 삼장법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아니 아니, 저팔계를 사오정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 오승은의 를 읽을 때 중간 쯤 이르자 은근 부아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삼장법사가 해도 너무했기 때문입니다. 충직하고 능력 있는 손오공을 너무 무시하고 게으르고 욕심만 부리고 먹을 것과 여색만 밝히는 저팔계만 죽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존인물인 현장법사의 됨됨이를 조금은 알고 있던 터라 속 삼장법사 캐릭터가 너무 황당해서 짜증도 솟구치고 읽다보니 ‘이건 뭘까, 대체 왜 이정도로 삼장법사를 망가뜨릴까‘ 싶기도 했지요. 그런데 우리 시대 영원한 헤매니스트이신 성태용교수님은 거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마 이 팟캐스트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에는 등장인물에 대해 이렇게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데요, “앞뒤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한 길만을 고집하는 현장법사. 재주는 뛰어나지만 촐싹거리는 병이 있는 손오공, 힘은 좋지만 늘 욕심에 휘둘리는 저팔계, 두 형의 뜻에 따르지만 물귀신처럼 집요한 고집이 있는 사오정.”(455쪽) 이렇게 개성 뚜렷한 주인공 넷이 펼치는 좌충우돌 심란한 고행과 대모험은 결국 거대한 윤회의 광야에서 목숨 한 줄기 받고 대롱대롱 그에 매달려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마음의 네 가지 측면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아하, 이렇게 읽어가 보니 는 과연! 마음공부 죽어라 해야 할 어른들이 읽어야 할 대장경이었습니다. 삼쾌선생 성태용 교수님은 줄줄줄 좔좔좔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거기에서 감명 깊었던 내용들을 다시 읊조리시면서 모쪼록 의 진짜 매력을 만나보시라고 독자들에게 자꾸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넌지시 의 한계도 짚어주시며 21세기 이 시대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음을 밝히고 있지요. 그 누구보다 매력에 폭 빠진 철학자,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저 끝에는 가 어떤 빛깔로 반짝이고 있을까요? 독자들은 그 빛깔에 공감하실까요? 제2부가 이제 시작됩니다. 이미령의 책잡히다 시즌2를 함께 하시는 시청자,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심에 보답하고자 소중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시청 소감을 댓글로 남겨주신 분중 3분께 저자의 싸인이 담긴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불교포커스 홈페이지나 유튜브페이지에 시청 후기를 남

    31 min
  5. 05/03/2019

    27.[시즌2/1부] 어른의 서유기? 19금??성태용의

    이미령의책잡히다시즌2[1부]성태용의 왕 노릇 하는 재미도 좋아라. 구색 갖춰 원숭이 신하를 거느리고 온갖 환락을 즐기면서 천년만년 살기를 기약하였네. (그런데) 어떤 계기가 있어 이 즐거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말해 모든 것이 덧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네. 우리 원숭이 왕, 비탄에 잠겼구나. 아! 모든 것이 헛되고 또 헛되도다. 원숭이 신하 가운데 똑똑한 자 있어 한 가닥 희망을 주는구나. 염라대왕의 관할을 벗어난 세 종류 존재가 있다고…. 부처와 신선과 신성이라고…. 모두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원숭이왕, 크게 기뻐하고 큰 뜻을 품었네. 반드시 그들을 만나 뵙고 생사를 벗어나는 길을 찾겠노라고. 아아! 찬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 우리 원숭이 왕의 큰 뜻을! 이것이 바로 보리심이니 모든 부처의 씨앗이로다. 철학자이며,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재가불자운동을 활발하게 펼치신 성태용 선생님의 책 를 소개합니다. 길고 긴 고전, 오승은의 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에 아주 오래 전에 그 매력에 폭 빠진 철학자가 굳이 이 책은 ‘어른’이 읽어야 할 서유기라며 제법 두툼한 책 한 권을 독자 앞에 내밀었습니다. 어른의 서유기 _저자 성태용 | 출판사 정신세계사 그런데 여기서 딱 두 가지가 궁금해집니다. 첫째, 서유기는 아이들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인데 왜 책 제목이 ‘어른의 서유기’인가? 둘째, 이란 고전은 원숭이가 삼장법사 모시고 욕심 많은 저팔계와 좀 맹~한 사오정이랑 좌충우돌하는 모험담인데 앞서의 저 인용문에서 보자니 아니 이게 웬 말인가? ‘보리심’이라니? 그렇다면 경전에서나 만날 말씀이 에도 등장한다는 것?! 이 두 가지 궁금증을 품어야 이 책이 좀 술술 읽힙니다. 하긴, 워낙 저자가 너스레와 헤매니즘으로 술술 읽히도록 책을 쓰기도 하셨지만 말입니다. 오늘 팟캐스트 에서 들고 나온 성태용의 는, 오래 전부터 에 폭 빠진 철학자께서 손오공의 활약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요리조리 생각하고 이리저리 꿰맞춰보고 이러구러 깊이 음미해본 결과 “아, 그렇구나! 는 그저 원숭이 모험담이 아니고 내 마음을 찾아 나선 수행자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로구나!” 깨달으시고, 그 이야기를 입담 좋게 풀어낸 책입니다. 서유기 주인공은 손오공입니다. 이것, 두 말하면 잔소리!!! ‘오공’이란, ‘공’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인데, 이 ‘오공’이란 이름을 바로 부처님 제자 가운데 공의 이치를 이해하는데 으뜸간다 하여 ‘해공제일’이라 칭송이 자자한 수보리 존자가 지어줬다는 사실, 이것만 아셔도 의 매력에 빠질 준비와 자격을 갖췄습니다. 그런데 이 손오공이 문제입니다. 수보리 존자에게서 멋진 이름 하나를 얻었지만 워낙 촐싹거리고 오만방자한 손오공.-하지만 그냥저냥한 원숭이 한 마리가 아닙니다. 진실한 나를 찾아가는 구도자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지요. 경전을 읽어보면 공부가 되지 않은 우리 마음을 원숭이에 비유하고 있지 않던가요? 바로 그것입니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온통 숲을 헤집고 다니면서 이리저리 뛰노는 원숭이와도 같은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그런데 손오공에게 약삭빠른 지혜가 있어 좋기는 한데 다소 우직하더라도 자비심을 갖추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네요. 바로 그 역할을 저 유명한 삼장법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이신 성

    32 min
  6. 03/11/2017 · VIDEO

    26.[1부]불교하는 철학자와 유쾌한 담마수다

    안국동차관 주변에는 경찰병력이 쫙 깔렸다. 아직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리기 전이라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지지와 반대 집회자들 때문에 살짝 긴장감이 돌고 있다. 를 쓴 이진경 선생(사실은 박태호 교수님이라 불러야 맞지만 학교 밖에서는 필명으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말을 듣고, 팟캐스트를 녹화하는 내내 이렇게 불렀다)은 털털한 모습으로 자리했고, 그 털털한 모습에 안도한 나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막 쏟아냈다. 사실 이 책 를 만나는 순간, 짜릿했다. 와, 이 목차 좀 봐! 어쩌면 이렇게 소제목들을 뽑을 수 있지? 감탄했다. 무상(無常)을 “세상에 똑같은 두 장의 나뭇잎은 없다, 하지만…”이라고 소개하질 않나, 분별(分別)을 “부처는 똥이고, 소음은 음악이다”라고 하질 않나, 중생을 “모든 개체는 공동체다”라고 하질 않나, 보시를 “존재 자체가 선물이 될 수 있다면”이라고 하질 않나,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저자는 불교 교리에서 주요테마를 14가지 뽑았다. 연기, 무상, 인과, 무아, 보시, 중생, 분별, 중도, 공, 윤회, 자비, 마음, 식, 십이연기. 이 14가지 주제를 놓고 그는 요리조리 들여다보고 늘여놓고 쪼개보고 다른 것과 섞어서 주물러 보고 그리고 한발 물러서서 감탄도 하고 그러다 슬그머니 봉합해놓는다. 고백하자면, 일부 항목에서의 그의 설명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철학자들에 대한 예의 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 철학자들은 대체 왜 이렇게 어렵게 설명하지?” 그런데 정작 저자를 만나서 이 불만을 드러냈더니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설명을 읽고서 연기법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반색하더라나 뭐라나…. 쩝, 어쩔 수 없다. 그저 독자인 내가 더 공부하는 수밖에…. 그런데 공이나 자비 등에 대한 설명에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설명에서도 크게 공감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불교의 주요한 교리들을 철학적인 사색에서만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멋진 교리들을 사람 사는 세상에서 펄떡펄떡 맥이 뛰게 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철학공부하기도 벅찼을 텐데 언제 이렇게 불교에 대해서 사색을 해나갔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불교를 철학한다’고 말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불교하는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로 살아가는 내가 불교하는 철학자를 만났다. 삶 속에서 공감하지 못한다면 불교도 철학도 존재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쾌한 수다 자리,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까? 흥미롭게 팟캐스트 이미령의 책잡히다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35 min
  7. 01/21/2017 · VIDEO

    25 [2부] 오늘도 우리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찐하고 짠한 이야기들

    수행을 하면 뭐가 달라질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었다거나, 자기 콘트롤을 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욕심이 줄어들었다거나, 이웃을 향해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거나 등등.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내가 수행을 어떻게 적용했는가에 대해서는 글쎄, 내가 알기로는 실제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수행처나 도량에서 기도나 수행을 할 때의 마음과, 현실에서 늘상 품고 지내는 마음이 서걱서걱 따로 논다고들 한다. 그리고 내 자신, 수행이나 기도를 아주 열심히 하는 종교인이 의외로 현실에서 그리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목격했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에게 어떤 책을 권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라는 제목이 눈에 딱 들어왔다. 택시기사가, 굴뚝청소부가, 요리사가, 간병인이, 농부가 이런 책을 쓴 경우는 많다. 그런데 ‘경찰관’이라는 말이 나를 확 끌어당겼다. 경찰은 사실 퍽 괴로운 직업일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달려가야 하는데, 그 사건이란 것이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은, 악다구니를 쓰고 주먹질을 해대고 욕을 퍼붓고 너죽고나죽자며 끝장을 보겠다고 피 튀기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이 직장인 경찰관이라면 사람을 대하는 눈도 우리들 웬만한 사람과는 조금 다를 것도 같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인간이란 사악하고 못 나고 찌질하고 못 된 존재’라는 게 아주 딱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 아침에 눈뜨고서 저녁에 집에 돌아가 눈을 감을 때까지 노상 만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어쩌면 경찰들도 심성이 덩달아 황폐해져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것, 나만의 상상일까... 대체 저자가 무얼 말하는지 궁금해서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어가게 되었다. 책에는 저자가 사건현장에 출동해서 만난 사례들이 30여 편 담겨 있다. 그 사례들은 대체로 전화로 사건 접수-출동-현장파악을 시작으로 해서 민원인들이 정확히 경찰이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바람대로 처리하면 끝! 하지만 저자는 좀 다르다. 그가 ‘감히’ 갈등하는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감히’라고 써서 저자에게 좀 미안하기는 하다. 그냥 사건 접수하고 파출소로 데려가서 뭘 쓰게 하고 지장찍게 하고…. 이러면 업무가 간단히 끝날 수도 있을 텐데, 저자는 그러지 않기 때문에 ‘감히’라는 말을 썼다. 저자는 흥분의 절정에 이른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조언이나 충고가 아니다.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로 스스로 설명하게 하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게 하고, 그걸 설명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사람들과 주고받는 대화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사실, 그 대화의 알맹이는 싱겁기 짝이 없다. 어떤 독자들은 ‘읽을 가치도 없는 시시껄렁한 말 장난이네…’라며 책을 덮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바로 그 대화가 매력이고, 이 책의 장점이다. 그 대화를 따라가보자니, 그게 ‘자기를 바라보는 법’이기도 하고, 그게 또 위빠사나의 첫걸음에서 많이 시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수행처에서가 아니라 흥분하고 욕설과 폭력이 오가는 현장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수행법이 그대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더 이상 책 소개는 하지 않겠다. 저자인 ‘순경아저씨’를 모셨다. 건강하다. 에너지가 넘친다. 이 어

    22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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