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신이 찬미하는 시인인 릴케의 시를 읽어주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의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 그는 큰 소리로 읽는 걸 좋아했고, 잘 읽기도 했다. 확신에 찬 맑은 목소리가 낮고 음울하게 깔리다가 높아지는가 하면 흥분으로 떨리기도 했다. 읽을 때면 절대로 책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담배를 찾아 침대 옆 작은 탁자로 손을 뻗을 때에만 멈추었다. 그의 낭랑한 목소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막 출발한 대상(隊商)과 긴 옷을 입고 수염 기른 남자들이 나오는 꿈속으로 그녀를 떨어뜨렸다. 그녀는 잠깐 동안 그가 읽어주는 것을 듣다가 눈을 감곤 스르르 잠에 빠지는 것이었다.
정보
- 프로그램
- 발행일2019년 1월 7일 오전 5:37 UTC
- 길이27분
- 등급전체 연령 사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