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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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에세이, 내가 읽어드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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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4/26/2022

    004 빡슐랭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보다 유용한 빡빡이에 관한 나의 스테레오타입)

    지금부터 이야기할 ‘빡빡이’에 대한 나의 스테레오 타입은 여러분에게 미슐랭 가이드보다 유용한 정보가 될지도 모른다. 아, 여기서 짚고 넘어갈 문제! 빡빡이와 대머리는 엄연히 다르다. ‘빡빡이’는 비탈모인이 선택한 파격적 헤어스타일, ‘대머리’는 탈모인이 피할 수 없던 최후라고 할 수 있다. 더 확실한 식별법은 그들의 삭발한 정수리를 살펴보면 된다. 깎여나간 머리카락의 뿌리를 모공이 촘촘하게 잡아두고 있다면 빡빡이, 까만 모근의 밀도가 현저히 낮은 민둥 머리라면 대머리다. 이들 사이에는 완전한 대머리의 최후를 맞기 전 삭발을 감행하는 탈모인들도 있는데, 일찍이 빡빡이의 삶을 ‘선택’한 그들은 빡빡이 그룹에 소속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빡빡머리는 반항의 상징’으로 보였다. 과연 현실 세계의 빡빡이들도 반항하기 위해 머리를 밀까? 옛날에는 그랬을지도. 그러나 최근엔 어딘가에 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살고 싶은 의지 표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한 설문 조사라든지 통계 수치를 원했다면 사과한다. 고작 나의 스테레오 타입에 관한 이야기이니 거창한 자료조사를 바라진 말자.

    11 min
  2. 04/11/2022

    003 과로보다 괴로운 것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나의 스트레스를 깨달았을 때)

    한번 게워내면 끝날 줄 알았던 급체의 고통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루를 굶다가 미음을 시도했고, 이튿날엔 야채죽을 삼키며 회복의 절차를 밟고 있을 때였다. 다 알다시피 자극 없는 음식을 연속해서 먹게 되면 별안간 참을 수 없이 매운맛이 당길 때가 있다(내 다이어트 실패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이제 통증도 거의 없겠다, 한식 처돌이가 기운을 차리려면 밥을 좀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손수 참치김치찌개를 끓여 양심상 딱 밥 네 숟가락만 떴다. 오래간만에 식사 다운 식사였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힘겹게 회복 중이던 나의 위는 무식한 갑에게 김치찌개 폭격을 당해 아예 파업을 단행했고,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선사하며 분노를 표출했으며, 장까지 연대해서 과격 시위를 시작했다. 겨우 되돌아오던 화합의 기운은 나의 무절제함으로 반나절만에 온 데 간 데 없이 줄행랑쳤다. 처참한 협상 결렬이었다. 이제는 아예 무얼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급체한 날로부터 거의 5일을 누워지냈다. 물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좀비처럼 집안을 휘적휘적 배회할 때면 하루가 다르게 근 손실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

    1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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