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부] 오늘도 우리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찐하고 짠한 이야기들

이미령의 책잡히다

수행을 하면 뭐가 달라질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었다거나, 자기 콘트롤을 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욕심이 줄어들었다거나, 이웃을 향해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거나 등등.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내가 수행을 어떻게 적용했는가에 대해서는 글쎄, 내가 알기로는 실제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수행처나 도량에서 기도나 수행을 할 때의 마음과, 현실에서 늘상 품고 지내는 마음이 서걱서걱 따로 논다고들 한다. 그리고 내 자신, 수행이나 기도를 아주 열심히 하는 종교인이 의외로 현실에서 그리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목격했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에게 어떤 책을 권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어느 경찰관의 사람공부>라는 제목이 눈에 딱 들어왔다. 택시기사가, 굴뚝청소부가, 요리사가, 간병인이, 농부가 이런 책을 쓴 경우는 많다. 그런데 ‘경찰관’이라는 말이 나를 확 끌어당겼다. 경찰은 사실 퍽 괴로운 직업일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달려가야 하는데, 그 사건이란 것이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은, 악다구니를 쓰고 주먹질을 해대고 욕을 퍼붓고 너죽고나죽자며 끝장을 보겠다고 피 튀기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이 직장인 경찰관이라면 사람을 대하는 눈도 우리들 웬만한 사람과는 조금 다를 것도 같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인간이란 사악하고 못 나고 찌질하고 못 된 존재’라는 게 아주 딱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 아침에 눈뜨고서 저녁에 집에 돌아가 눈을 감을 때까지 노상 만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어쩌면 경찰들도 심성이 덩달아 황폐해져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것, 나만의 상상일까... 대체 저자가 무얼 말하는지 궁금해서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어가게 되었다. 책에는 저자가 사건현장에 출동해서 만난 사례들이 30여 편 담겨 있다. 그 사례들은 대체로 전화로 사건 접수-출동-현장파악을 시작으로 해서 민원인들이 정확히 경찰이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바람대로 처리하면 끝! 하지만 저자는 좀 다르다. 그가 ‘감히’ 갈등하는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감히’라고 써서 저자에게 좀 미안하기는 하다. 그냥 사건 접수하고 파출소로 데려가서 뭘 쓰게 하고 지장찍게 하고…. 이러면 업무가 간단히 끝날 수도 있을 텐데, 저자는 그러지 않기 때문에 ‘감히’라는 말을 썼다. 저자는 흥분의 절정에 이른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조언이나 충고가 아니다.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로 스스로 설명하게 하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게 하고, 그걸 설명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사람들과 주고받는 대화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사실, 그 대화의 알맹이는 싱겁기 짝이 없다. 어떤 독자들은 ‘읽을 가치도 없는 시시껄렁한 말 장난이네…’라며 책을 덮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바로 그 대화가 매력이고, 이 책의 장점이다. 그 대화를 따라가보자니, 그게 ‘자기를 바라보는 법’이기도 하고, 그게 또 위빠사나의 첫걸음에서 많이 시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수행처에서가 아니라 흥분하고 욕설과 폭력이 오가는 현장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수행법이 그대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더 이상 책 소개는 하지 않겠다. 저자인 ‘순경아저씨’를 모셨다. 건강하다. 에너지가 넘친다. 이 어수선한 시국과 관련해서 서로의 속마음을 탈탈 털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건 책 내용과 별개라서 팟캐스트에 담지 못했다. 팟캐스트 <이미령의 책잡히다>를 사랑하는 분들은 이 책의 저자를 어떻게 바라보실까?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동의하실까? 정말 궁금하다.

Para escuchar episodios explícitos, inicia sesión.

Mantente al día con este programa

Inicia sesión o regístrate para seguir programas, guardar episodios y enterarte de las últimas novedades.

Elige un país o región

Africa, Oriente Medio e India

Asia-Pacífico

Europa

Latinoamérica y el Caribe

Estados Unidos y Canad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