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험생 시절 에피소드에 꼭 사연을 보내야지 생각했는데..! 너무 바쁜 대학원 입시 철을 보내고 있어 놓쳐버리고 말았네요🥹
자취 3년차, 혼자 있는시간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채워주는 여둘톡을 꼬박꼬박 챙겨듣고 매주 화요일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 톡토로 분의 사연에 선우 작가님께서 목이 잠긴 목소리로 “어머니께서 따님을 아주 자랑스러워할거예요”라고 하실 때 저도 순간 눈물이 울컥 나더라고요
이제 대학교 막학기를 보내고 있는 저는, 5년 전 고3 시절 수능 한달 전에 엄마를 떠나보냈답니다. 일년 내내 암으로 투병하며 점점 말라가는 엄마를 보는 게 너무나 버거워서, 혼자 먹는 끼니와 입시스트레스와 소중한 이를 잃는 것에 대한 미칠듯한 불안감이 모두 한꺼번에 저를 짓눌러 수험생 시절 내내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던지요. 새벽에 장례식장 앞의 편의점으로 향하던 길에,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며 길었던 가을이 끝났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례를 치르고 2주 넘게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다가 갑자기 수능 직전 불끈 힘을 내서 수능을 치고 나왔을 때,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1위가 “우리 딸 수고했어”인 걸 보고 혼자 집에 돌아가는 택시에서 정말 하염없이 울었답니다.
저에게 매년 가을은 아프면서도 따뜻한 계절입니다. 고삼시절 기숙사 학교에 다니며 저를 꼭 안고 함께 울어주고, 혼자 있으면 외로워할까봐 동네까지 와서 같이 공부하고, 무너질때면 반으로 찾아와 손을 꼭 잡고 쪽지나 간식 같은 것들을 쥐어주던 친구들 덕에 그 가을을 무사히 살아냈네요.
어느 시점부터 가을이 힘들지 않아 제가 이제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입시로 분주한 올해 유독 마음이 울렁거리네요. 저는 코 끝에 찬 바람이 스치면 몸이 기억하는 슬픔 때문에 감정이 오락가락해요... 다들 가을성 정신병을 조심하시길 바라요.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괴로운 일이지 않을까, 짧은 인생을 살아오며 느꼈어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실감보다는 그럼에도 그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참 행복했다고, 그 사랑이 생생히 남아 나를 이루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시점이 오는 것 같아요. 부재는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랍니다.
댓글 처음 써보는데 쓰다보니 길어지네요👀아무튼 수험생 여러분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했든 아니든 간에 인생은 결국 1인칭으로 살아가는 거니까요. 함께 본인 시점의 행복을 찾아가보아요 저도 노력중이랍니다! 가을과 시린 겨울을 지나 여러분 앞에 펼쳐질 봄날을 온마음 담아 응원해요!!!!